미국이 설 명절과 평창올림픽 열기에 고조된 우리나라에 뒤통수를 제대로 가격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라 철강 수입이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담긴 보고서와 조치 권고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12개국에서 들여오는 철강제품에 53%의 관세율을 부과하라는 등의 내용이다. 이를 트럼프가 승인한다면 곧바로 엄청난 세금폭탄을 맞아 우리나라 철강수출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정부는 53%의 관세율를 부과하는 방안이 확정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WTO 제소 여부는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제21조의 안보예외 조항에 부합하느냐에 따라 달린 문제다.

미국의 이번 제재 권고안은 근본적으로 중국 철강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견제에서 나왔다. 우리나라는 철강의 원자재 상당수를 중국에서 수입해 최종재를 미국에 수출하는 국가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권고안으로 우리나라가 어부지리로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12개국의 결정적인 잣대는 동맹이 아니라 중국산 철강의 수입 규모로 결정된 것이다.

우리나라가 미국이 지목한 12개 국가에서 제외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불합리한 보호무역조치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여부 검토 등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관계자는 “미 대통령의 최종결정이 4월에 이뤄질 때까지 우리 측 통계와 논리를 보강해 고위급이 활동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은 환율 및 유가 불안에 더해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철강·전자·태양광·세탁기 등 우리 수출 품목에 대한 미국의 수입규제 확대로 해당 산업의 국제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수출 전선에 이상이 우려된다. 미국의 지나친 자국우선주의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국제사회와 공조한 대응방안도 필요하다. 정부는 미국의 이 같은 조치들이 수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미국의 일방적인 규제방안에 앉아서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어야한다. 무엇보다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 혁신 성장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한편,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의 적극적 추진을 통해 수출을 다변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미국과 중국에 치우친 우리 수출 시장이 다변화하도록 외교 틀을 확대하고 민간기업과의 협력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미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겠지만, 미국의 결정에 휘둘리기 보다는 정면 대응하는 것이 방법이다. WTO 제소는 물론 한·미 FTA 개정 협상을 통해서도 부당함을 적극 주장해야 한다. FTA 개정을 통해 비정상적인 관세 부과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야한다. 정부는 정치 외교적 관점보다는 경제 산업적 관점에 따라 결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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