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한국정책개발학회 회장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대한민국 평창에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988 서울올림픽이 손에 손잡고 냉전을 극복하는 화합올림픽이 됐던 것처럼 30년 만에 다시 한국에서 개최되는 평창올림픽이 남북과 동서가 모두 하나 되는 평화올림픽이 되기를 성원하고 있다.

올림픽의 의의는 “승리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노력”이라 주창한 쿠베르탱의 말에 함축되어 있다. 세 번의 도전 끝에 일궈낸 올림픽 개최지 선정과정과 이후 준비과정 전체가 올림픽정신의 본보기라 할 만하기 때문이다.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세 번 연속 참가해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고, 이후 1만5천여명의 자원봉사자와 1조원 규모의 후원금 등 온 국민의 참가와 노력 속에 올림픽을 준비해왔다. 특히 평창올림픽 성공의 최대 관건으로 여겨졌던 북한의 참가와 남북 단일팀 구성 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과정은 올림픽정신의 구현과정 그 자체였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평창올림픽을 위해 입국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사상 최초로 결성된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과 개회식 남북 공동입장은 전 세계의 열렬한 환영을 받을 것”이라며 “남북 단일팀 결성 후 처음에는 남북에서 약간의 회의론이 일었지만, 북한 선수들이 방남한 뒤 함께 훈련하면서 남북 선수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며칠 후엔 생일파티도 열었다”면서 “누군가가 올림픽정신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바로 이것이라고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은 남북협력의 전기(轉機)가 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듯이 평창올림픽으로 만들어낸 남북 대화의 기회를 올림픽 이후까지 잘 살려나가야 한다. 북핵과 미사일로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왔지만 남북간 대화의 통로마저 막혀 있었던 답답한 상황을 돌이켜보라.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이루어진 남북 대화와 교류는 결코 가볍게 흘려버릴 수 없는 기회이다. 한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 구축의 길을 여는 소중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남북을 넘어 북미 등 주요 국가들 간의 대화와 협력으로 이어지도록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

우리 역사에 평창(平昌)이라는 지명이 처음 등장한 것은 고려 태조 때인 940년이라고 한다. 평창, 편안할 평(平)자에 창성할 창(昌)자를 쓴다. 평화의 기운이 창성할 곳이라는 뜻이다. 신기하지 않은가? 이미 천 여 년 전에 평화의 기운이 크게 일어나 잘 뻗어나갈 곳이라는 이름을 가졌는데, 어느 때보다 평화가 긴요한 이때, 이곳 한반도 평창에서 세계인이 모여 평화를 기원하는 올림픽을 열다니. ‘평창동계올림픽, 너 안에 평화 있다’는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평창올림픽을 통해 평화의 기운을 크게 일으키고 잘 뻗어 나가게 해 남북협력의 새 길을 열고, 민족의 소원인 통일을 앞당기는 기틀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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