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태의 정점에 있는 최순실(62)씨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졌다. 대통령 탄핵을 몰고 온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이자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씨가 1심에서 검찰이 구형한 징역 25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국정농단 사범 가운데에는 가장 무거운 처벌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3일 최씨의 혐의 가운데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게도 뇌물수수 등 혐의 상당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년 및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겐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뇌물공여액으로 평가된 70억원은 추징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우선 재단 출연 모금이나 삼성에서의 뇌물수수 등 최씨의 공소사실 상당 부분에서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 관계를 인정했다. 국정농단 사건의 발단이 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과 관련해 재판부는 대통령의 직권을 남용해 기업체에 출연을 강요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주목되고 있는 것은 삼성의 승계작업에 대한 개입여부다. 삼성의 개별 현안이나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이를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에 대해 삼성 측에서 명시적·묵시적 부정 청탁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판단과 같은 결론이다.
또 하나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에 관한 증거능력에 대해 이 부회장 항소심에서는 부정됐지만 최씨의 재판에서는 인정됐다. 이 부회장의 재판부 판단의 골자는 수첩에 쓰여진 내용의 진실성이 가려지지 않는다면 증거로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재판부의 오락가락한 판결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국정농단 관련 내용이 다수 적혀있다. 장시호· 문형표 등의 재판에서는 이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바 있다.
이렇듯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재판이 삼성과 관련한 이 부회장과 기타 국정농단 세력들 간에 판결이 달라져 혼선이 야기되고 있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검찰 역시 최씨에게 298억여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항소심 결과를 놓고 “대단히 잘못된 판결”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부회장 등에 대한 뇌물공여 항소심 판결은 법리상으로나 상식상으로나 대단히 잘못된 판결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안 전 수석 수첩의 증거능력만 놓고 보더라도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안 전 수석의 수첩 내용에는 이재용·박근혜 독대에 대한 승계 관련 청탁 내용과 최순실 승마 관련 전달 상황이 상세하게 나와 있고 그 정확도는 다른 사건에서 검증된 바 있다. 백번 양보해도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액 36억원 만으로도 절대 집행유예가 나올 사건이 아니라고 본다. 최씨의 1심 판결에서 제외된 삼성승계관련 항목의 무죄 역시 이 부회장의 무죄와 함께 반드시 바로잡아야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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