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나절도 되기 전이니 지금쯤은 아마 고개를 다시 넘어 충주에 거개 넘어왔을거구먼!”

장순갑이 대답했다.

“그놈 빠르기는 엄청 빠르구먼!”

“내가 아침을 막 먹고 났는데, 우리 임방에 들어섰기에 밥을 먹으라고 했더니 바쁘다며 연론 집에 들렀다가 학현으로 간다는 겨. 그런데 점심나절도 되기 전 북진에 갔다면 그새 청풍을 다 돌고 학현과 교리까지 거쳐갔다는 거네.”

양병 임방주 김상만이가 발 빠른 박왕발이 이야기를 하며 감탄을 했다.

“여러 임방주님들, 앞으로 본방과 임방 사이에 모든 연락은 박왕발이를 통해 할 터이니 필요한 것들이나 장터 사정을 알릴 것이 있으면 언제든 기별을 해주시오!”

최풍원이 충주 윤 객주 상전에 모여든 임방주들에게 박왕발이를 십분 이용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런데 대주는 왜 우리를 여기까지 오라 한 것이오?”

북진임방 장순갑이가 연유를 물었다.

“왕발이가 쌀을 실어가야 하니 일꾼과 소를 몰고 오라고 하던데 그 얘기는 못 들었소?”

박한달 임방주가 장순갑에게 되물었다.

“그 얘기는 언뜻 하더이다.”

“그런데 북진 임방주는 그렇게 빈 몸으로 왔단 말이오?”

박한달이 따지듯 장순갑을 몰아세웠다.

“무슨 일인지 확실하지도 않는데 사람 품을 사고 소를 빌려 오란 말이오?”

장순갑도 대거리를 했다.

“본방 대주가 사람을 시켜 급히 기별을 했을 때는 그만한 사정이 있었을 거란 생각은 안 해 보셨소?”

양평임방주 김상만이도 박한달의 편을 들며 장순갑에게 따지고 들었다.

“빈 몸으로 온 게 무슨 죽을죄라도 진 것처럼 몰아세우는 거여!”

장순갑이도 뿔다귀를 내며 두 사람을 향해 대들었다.

“급하게들 오느라 경황이 없었을 텐데 잠시 내 말을 들어보시구려. 실은 윤 객주 상전에서 쌀을 얻지 못했소!”

“이것 봐. 일꾼하고 소를 빌려왔다면 헛일을 했을 뻔 했잖아?”

장순갑이가 그것보라는 듯 김상만과 박한달을 보며 의기양양해했다.

“그렇다면 대주, 일꾼들은 왜 데리고 어라 한 것이오?”

“소는 왜 몰고 오라 한 거요?”

임방주들이 최풍원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여기저기서 따지고 들었다.

“쌀을 얻지 못하면 우리 계획은 몽땅 무산되는 것 아니오?”

“쌀을 얻어가야 굶고 있는 고을민들에게 나눠주고 북진본방 이름도 알릴 기회가 될 터인데 어쩌면 좋단 말이오?”

“청풍도가에 대한 사람들 원성이 깊은 지금, 우리 본방과 임방에서 쌀을 풀어먹이면 사람들 인심이 크게 돌아설 텐데 쌀을 얻지 못했다니 큰 낭패구려.”

쌀을 실어갈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충주 윤 객주 상전으로 서둘러 왔던 임방주들이 크게 낙담하며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어떻게 하든 쌀을 반드시 얻어갈 것입니다!”

최풍원이 여러 임방주들을 향해 확신을 했다. “줄 사람이 안 준다는데 무슨 수로 쌀을 얻어간다는 말이여?”

장순갑이 가당치도 않다는 듯 최풍원에게 따지고 들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여러 임방주들과 상론을 해보십시다!”

“쌀을 안 준다는데 우리끼리 백날 떠들면 뭔 소용이 있댜?”

장순갑은 계속해서 초치는 소리만 했다. 다른 임방주들도 모두들 김빠진 표정들이었지만, 그래도 장순갑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가 쌀을 얻어가려면, 지금부터 우리 임방주님들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윤 객주께서는 우리 본방에서 자신을 믿을 수 있도록 어떤 신표를 달라고 합니다. 물론 지금 각 임방들에서 필요로 하는 물건들은 대준다고 합니다. 그러나 쌀은 그리 할 수 없다 합니다.”

“쌀은 왜 안 된다는 거요?”

“쌀은 장사를 할 것이 아니라, 일단 고을민들에게 풀어먹일 것이라고 하니 그런 거래는 할 수 없다는 것이오.”

“결국 우리 본방과 임방에서 하는 일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구려.”

“왜 안 그렇겠소. 이제 장사를 막 시작해서 기반이 닦기기도 전인데 쉰 석이나 되는 쌀을 거저다시피 풀어먹인다고 달라고 하면 나라도 안 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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