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의 관전 포인트가 선수들의 경기 모습 못지않게 북한고위급 대표단의 행보다. 당초 김영남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만 올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정은의 특사자격으로 김정은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측근이자 친동생인 김여정 노동당중앙위제1부부장이 함께 방한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여정은 방남 직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을 관람하고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문재인대통령과 오찬을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해 주목을 받았다.

친서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김여정은 김정은의 말을 구두로 전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평양에서 뵈었으면 좋겠다”고 했으며 이에 문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나가자”고 대답했다. 이는 방북 초청을 수락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어 김여정은 청와대 방문록에 “평양과 서울이 우리 겨레의 마음속에서 더 가까워지고 통일번영의 미래가 앞당겨지기를 기대합니다”라고 적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북측 대표단과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 전반에 대해서 폭넓은 논의를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미간에 조기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과의 대화에 북쪽이 보다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당부한 뒤 “북한대표단의 방한으로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되고 한반도 긴장완화, 평화정착 및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됐다”고 평가해 주었다.

이에 김여정은 문 대통령에게 “통일의 새 장을 여는 주역이 되셔서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 세우시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남과 북이 실로 오래간만에 만나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의 물꼬가 터진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남측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11일 북측으로 돌아간다. 이번 방남을 계기로 보수정권 9년간 사실상의 냉각기를 보여 왔던 남북 사이에 정상간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은, 앞으로 남북관계의 틀을 바꾸고 이를 토대로 한반도 정세 흐름을 대화국면으로 바꿔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대표단의 방남은 한반도 위기해결의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던졌다고 할 수 있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고 정상 차원의 신뢰를 회복하는 기초를 마련한 것이다. 대립구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한반도 정세의 흐름을 평화무드로 전환하는 전기가 됐다.

방북을 제안 받은 문 대통령으로서는 한반도 평화구상 드라이브를 거는 데 있어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올림픽 개막식 참석과 경기·공연 관람을 통해 남북간의 정서적 이질감을 상징적 차원에서 좁힌 것도 의미 있는 대목이다.

김여정이 이낙연 국무총리 등 관료들과의 만찬과 경기장에서의 응원, 미소와 악수, 그리고 청와대 방문록에 남긴 메시지 등으로 한국 대중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는 것도 남북관계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의 바람대로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과 북이 평화의 길로 접어들어, 남북대화가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주역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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