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예정자들의 출판기념회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5일 충북지사 출마가 예상되는 신언관 국민의당 도당위원장이 ‘낱알의 숨’으로 출판기념회를 연 것을 시작으로 이달 2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범덕 전 청주시장이 두 번째 책 ‘새로운 백년의 아침’ 북콘서트를 가졌다. 이어 3일에는 충북교육감 출마를 선언한 충청대 심의보 교수가 ‘교육이 희망이다’라는 책을 펴내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충북교육감 출마 예정인 황신모 전 청주대 총장과 청주시장 출마예정자인 이광희 충북도의원도 각각 이달 중순과 3월 초 출판기념회를 열 계획이다. 이밖에 청주시장 출마를 선언한 황영호 청주시의회 의장과 천혜숙 서원대 석좌교수, 정정순 전 충북부지사 등도 출판기념회를 준비 중이다.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책을 통해 자신의 사고와 주관을 알리기보다는 정치자금을 모으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이 눈총을 받으면서까지 출판기념회를 선호하는 이유는 내팽개쳐 두기에 힘든 매력이 많기 때문이다. 법적인 테두리에서 얼굴을 알릴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인데다 선거자금까지 어느 정도 마련할 수 있다. 특히 초대장을 무분별하게 배포해 자신의 세를 과시하는 정치의 장으로 활용하기에 이만한 행사가 없다.

공무원들은 눈도장을 찍기 위해 참석해야 하고, 이해관계가 얽힌 업자들은 혹시라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돈봉투를 준비한다. ‘읽지도 않을 책’을, 그것도 웃돈을 얹어 사야만 하는 출판기념회 참석자들의 곤혹스런 고민은 선거 시즌이 다가올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아직까진 공직선거법상 합법이다. 개인 후원금은 정치자금법에 의해 통제받지만 출판기념회 수입내역은 공개할 필요도 없다. 책값 명목으로 주는 축하금품은 기부행위도 아니다. 따라서 책값이 1만원 안팎임에도 거액의 수익을 올리는 게 가능하다. 실제 책 한권에 최소 10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지불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편법적인 보험용이 아니라면 설명하기 힘든 구조지만 불법이 아니니 썩은 냄새가 나도 사정 수사는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이번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출판기념회는 3월 14일까지 열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당분간 봇물을 이룰 것이다. 좋은 책을 내고 독서문화를 만드는 것은 권장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악취가 진동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돈벌이 행태는 근절해야할 적폐다. 법적인 사각지대에 놓인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에 대해 규제 방안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 한때 정치권에서 출판기념회 횟수 제한과 회계 투명화 등을 담은 법안 제정을 시도한 적은 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정치권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법안은 유야무야 뭉개버리기 일쑤다. 이제 그런 정치인들에 대한 심판을 유권자가 표로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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