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경우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 무슨 방책을 마련해두어야 했지만 최풍원의 지금 상태로는 아무런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충주읍성 상전거리 역시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예전 최풍원이 윤 객주 상전에서 일할 때를 떠올리니 지금은  있는 겨우 상전 문이나 열어놓고 있는 정도였다. 시절 탓도 있었지만 춘궁기가 극심해 사람들이 장에 나올 일이 없어진 까닭이었다.

“그래도 장날은 인총들이 좀 모이지만, 무신 날은 사람 코빽이도 구경하기 힘들어! 어디 이래가지고 살겠어?”

상전들 상인들마다 죽는 소리였다.

“저런 큰 상전을 가진 부자들도 죽는 소리를 하네.”

장석이가 의외라는 듯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아재, 세상에 걱정 없는 사람이 어딨어요?”

박왕발이가 아예 장석이를 가르치고 나섰다.

“아주, 니 눔이 으런 해라!”

장석이가 박왕발이의 당돌함에 지쳐 두손두발을 들었다.

충청좌도에서는 물론 인근 이백 리 안에서는 가장 큰 충주장이 이 정도로 매기가 없다면 다른 곳은 볼 것도 없었다. 장에는 사람이 들끓어야 했다. 물건을 사든 팔든, 남이 장에 간다다하니 그저 따라나선 구경꾼이든 장터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려야 했다. 돈을 주고 물건을 사든, 돈이 없어 외상으로 물건을 사든 장꾼들이 뒤엉켜 매기가 이루어져야 사람들 살기가 편해지는 것이었다. 살기가 힘들다고 집에만 들어앉아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장은 점점 힘들어지고 살기는 더 힘들어지는 법이었다. 최풍원은 어떻게 하든 사람들을 북진본방과 임방으로 끌어들일 생각에 골몰했다. 그러려면 어쨌든 쌀이 필요했다. 집집마다 양식이 떨어져 굶고 있는 지금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쌀이었다.

“북진본방 최 대주 아니신가?”

세 사람이 충주읍성과 상전거리를 한 바퀴 돌아보고 상전으로 돌아오자 윤왕구 객주가 반갑게 일행을 맞아들였다.

“어르신 그간 별고 없으셨는지요?”

최풍원이 윤 객주에게 읍을 하며 안부부터 여쭈었다.

“본방 대주가 되시고 처음 아닌가?”

“그러합니다.”

“그래, 장사는 잘 되시는가?”

“네, 그럭저럭…….”

“그럼, 안으로 드시게!”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윤 객주는 최풍원에게 꼬박꼬박 존대를 했다.

“객주 어른, 이전처럼 하대를 하셔요. 지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요.”

“그건 안 될 말일세. 그건 이전 일이고, 지금은 어엿하게 여기 공원들과 임방주들을 거느린 대주가 아니신가. 그러니 대접을 받아야하는 것이 마땅하시네. 그리고 조직은  대주가 중심을 잡고 상하 위계가 서야만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이네!”

윤 객주가 최풍원의 말에 일침을 놓았다. 그러나 아직도 최풍원은 이런 모든 게 어색하기만 했다.

“어르신, 북진본방 치부책 가져왔습니다요.”

그때 우갑 노인이 방으로 들어왔다.

“아범도 게 앉게. 그래, 다 맞춰 봤으면 얘기를 해보게!”

“최 대주가 본방 열기 전에 있었던 거래는 매출 매입을 상쇄하고 나니 우리 상전에서 백 냥을 더 돌려주어야 합니다.”

“최 대주가 백 냥의 이득을 남겼다는 얘기구먼.”

“그렇습니다. 그리고 북진본방을 조직하며 각 임방들로 들어간 물건이 삼백 냥입니다. 어제 최 대주가 그간 장사하며 받아들인 물산들을 상전으로 입고시켰는데 백 냥이 채 되지 않습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깔고 앉아있는 물건도 있을 테고, 외상으로 내준 물건도 있을 테고, 밑진 물건도 있을 테고 하니 그렇겠지.”

윤 객주도 그것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본방을 조직하며 이백 냥이 빚으로 남아 있는데, 그것으로 본방 이전에 혼자 행상하며 번 백 냥으로 상쇄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백 냥의 빚이 우리 상전에 남아있습니다.”

“그 정도면 아주 장사를 잘하고 있는 셈이구먼. 그런데 최 대주가 번 돈으로 왜 임방주들의 빚을 갚으시는가? 거래는 분명한 게 좋다네. 그래야 뒤가 깨끗해!”

윤 객주 자신은 어떻게 하든 자기 돈을 받으면 끝이었지만, 최풍원의 돈거래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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