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주(周)나라는 기원전 1046년에서 기원전 256년까지 이어진 대륙의 고대 왕조이다. 처음 도읍을 호경(鎬京)에 두었던 기간을 서주(西周), 이후 낙양(洛陽)으로 옮긴 이후를 동주(東周)라고 한다. 서주 시대의 마지막 왕은 유왕(幽王)이다. 그의 비극은 포사라는 미인을 궁궐에 데려오고부터였다. 포사는 본래 포 지역의 우두머리가 유왕에게 죄를 지어 그 속죄의 대가로 바친 것이었다.

유왕은 포사의 미모에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 이에 너무도 총애한 나머지 그녀가 아들 백복을 낳자, 본부인 신씨를 내쫓고 태자 의구를 폐하고 말았다. 그런데 포사는 한 번도 웃는 일이 없었다. 유왕은 그녀가 웃는 모습을 너무도 보고 싶어 자신이 가진 모든 권력을 동원하였다. 포사가 비단이 찢어지는 소리를 좋아하자 궁녀들을 시켜 그녀 곁에서 매일 백 필의 비단을 찢기도 했다. 그래도 그녀는 웃지 않았다. 이에 유왕이 너무도 답답한 나머지 영을 내렸다.

“어느 누구라도 왕후 포사를 웃게 하는 자에게 천금(千金)을 하사하겠다!”

그러자 신하 괵석보가 아뢰었다.

“봉화(烽火)를 올렸다가 제후들이 허탕치고 돌아가는 것을 보면, 왕후께서 분명히 웃을 것입니다.”

이 의견에 대해 여러 신하들이 위험한 발상이라고 반대하였다. 하지만 유왕은 이를 받아들였다. 어느 날 포사와 함께 별궁에 머무르게 되었다. 저녁 무렵 전쟁을 알리는 봉화를 올리도록 했다. 봉화를 본 제후들이 적이 침입한 줄 알고 군사를 이끌고 서둘러 달려왔다. 궁궐에 당도하자 유왕이 말했다.

“별일 아니니 그만 돌아가라.”

그러자 제후들이 각각의 군대 깃발을 거두고 허탈하고 낭패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돌아가야 했다. 마침 누각에서 이를 보던 포사가 손뼉을 치며 하얀 이를 드러내며 깔깔대고 웃었다. 처음으로 포사의 웃는 모습을 본 유왕은 너무도 기뻤다. 이를 제안한 괵석보에게 약속대로 천금을 주고 벼슬 또한 높여주었다.

그 뒤로 유왕은 거짓 봉화를 자주 올렸다. 제후들은 여러 번 속은 뒤로는 아무도 봉화를 믿지 않았다. 그 무렵 폐비 신씨가 친정 신나라로 돌아가자 친정아버지 신후가 분노하였다. 견융족과 연합하여 군대를 이끌고 유왕을 공격하였다. 다급해진 유왕이 아무리 봉화를 올려도 달려오는 제후들이 없었다. 결국 유왕은 신후의 군대에 사로잡혔고 여산 아래에서 참수되었다. 포사 또한 사로잡혔으나 일설에는 견융에게 끌려가 그곳에서 일생을 마쳤다고 하고, 또 다른 일설에는 신나라 병사들에 의해 참수되었다고도 한다. 이로써 서주(西周)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는 사마천이 저술한 ‘사기본기(史記本紀)’에 있는 이야기이다.

천금매소(千金買笑)란 천금을 주고 사랑하는 여자의 웃음을 산다는 뜻이다. 쓸데없는 곳에 돈을 낭비함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권력이 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세금이 권력자와 정치인의 사적인 용도로 쓰이기 때문이다. 나라가 나라답기 위해서는 세금에 관한 지출은 투명하게 모두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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