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와 한국전통공예산업진흥협회(이하 공예협회)는 오는 2022년까지 상당구 미원면 일대에 한국전통공예문화예술촌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이 우려되고 있어 꼼꼼하게 정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애꿎은 국민의 혈세만 낭비하게 된다. 공예촌 조성사업은 총 1천794억원이 소요될 예정인데, 이중 민자를 제외하면 국비와 자치단체 비용이 610억원이라는 거액의 혈세가 들어가는 사업이다.

이처럼 큰 사업비가 투입되다 보니 당연히 효용성의 문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우선 비슷한 방식으로 청주시와 가까운 진천군 문백면에 이미 수년전 진천공예마을이 조성돼 있다. 진천공예마을의 경우 진천군이 무려 147억1천7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2007년 택지를 조성한 후 공예인들에게 분양해 현재 30여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지만, 실제 공방을 운영하며 취지에 맞게 활용하는 업체는 10여 곳 안팎이다. 1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처음 입주했던 공예인들은 상당수 떠나고 타 지역 공예인들이 새롭게 들어오는 등 당초 ‘지역공예활성화’라는 취지가 무색할 만큼 어렵게 됐다. 결국 진천군이 혈세를 들여 택지를 조성해 준 곳에 입주한 공예인들은 부동산 차익을 얻고 떠난 셈이다.

진천 공예마을은 상설 전시장 운영과 매년 마을 축제를 열지만 홍보와 전문 마케팅 인력이 전무한데다, 운영예산 부족, 편의시설 전무 등의 이유로 공예마을로서 활성화는커녕 점점 쇠퇴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청주시와 공예협회가 계획하고 있는 미원면의 공예촌 건설도 유사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다, 청주시가 지속적으로 예산을 투입하고 관심을 갖지 않는 이상 진천공예마을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청주시가 공예비엔날레를 겨냥해 공예촌 건설을 핵심 사업으로 삼고 집중 투자할 의향이 있었다면 애초 방향설정부터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현재 청주시는 철당간을 중심으로 한 도심 공동화가 심각하다. 세계최고의 금속활자가 발견된 청주시 운천동 지역은 특별지구로 지정돼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특성을 고려했을 때, 청주시의 브랜드를 만들고 공예를 시민들과 가깝게 밀착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비용의 효용성은 물론 공예와 시민과의 소통·공감을 고려했어야 한다. 철당간, 가구점 골목 등 우범지대로 전락하는 도심이나 고인쇄박물관 주변을 공방이 있는 거리로 조성한다면 도시재생사업 측면에서나 공예의 대중화, 공예를 활용한 청주의 브랜드화 등 모든 면에서 여러 가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굳이 부동산 투기가 우려되는 넓은 땅을 구입해 새롭게 조성할 필요 없이 도심 속 기존에 있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무조건 크게 일을 벌이는 것 보다 있는 공간, 시민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 장기적으로 발전·유지될 수 있는 공간을 추구하는 게 바람직하다.

청주시 미원면 쌍이리는 청주시지만 청주시민들이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다. 이미 공예촌 건설을 위한 부지 매입절차가 끝났다고 한다. 사업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만들어 갈수 있을지 마스터플랜이 하루 속히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더 늦기 전에 사업의 재검토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거액의 국민 혈세가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국민에게 돌려줄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따져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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