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어르신, 이제 겨울도 깊어갑니다. 어르신께서 그렇게 기다리던 졸업식이 있는 2월이 되었네요. 얼마나 긴 기다림이었나요? 얼마나 가지고 싶으셨던 졸업장인가요? 이제 며칠 후면 어르신도 고등학교 졸업생이 되네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나이 70에 고등학교 졸업이 뭐 그리 축하받을 일이냐?’고 사정을 잘 모르는 분들은 어쩌면 그렇게 말할 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어르신이 살아오신 그 모진 세월을 생각하면 그 졸업장은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란 걸 저는 잘 압니다.

제가 어르신과 사제지간으로 방송통신고등학교에서 만나고 어르신께서는 나이가 적은 저에게 늘 교사로 공대하시면서 ‘선생님’이라고 부를 분이 있어서 너무 좋다는 말씀을 하시곤 하셨지요. 너무도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초등학교 저학년 때 집을 떠나 외지에서 살아내면서 온갖 고생을 하다가 오직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삶과 싸워 오신 굴곡진 생을 참 담담하게도 말씀하실 때 저는 어르신이 존경스러웠습니다. 늘 부러운 마음으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남모르게 교과서를 들춰보곤 하셨다고 하셨지요. 그래서 뒤늦게 야학을 다니셨고, 검정고시로 초등학교와 중학교 졸업의 학력을 취득하실 수 있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리고 방송통신고등학교의 문을 두드렸다고 하셨지요? 출석수업일에 등교할 적마다 두렵고 떨렸지만 배움에 대한 설렘은 어쩔 수 없었다고 말씀하시곤 하셨지요. 그래서 어르신은 연세가 들어서 늦게 다니는 동료 학생들과 어울리며 빠지지 않고 학교에 등교하려고 그리 애쓰지 않았습니까? 격주로 있는 수업일에는 왜 그리 피치 못할 일들이 많이 생기는지 모른다면서 그 모든 일들을 뿌리치고 학교엘 오느라 사람 도리를 못할 때도 있는 것 같다고도 말씀하셨지요. 그래도 학교에 와서 동료 학생들을 만나면 마냥 즐겁고 행복하다고 하셨지 않았습니까? 방송통신고등학교에 다니는 어르신 학생들의 심정이 아마도 상당수가 어르신과 같지 않았을까요? 저는 그 어르신 학생들을 보면서 늘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봄부터 겨울까지 때로는 비가 내리고 바람도 불고 눈이 내려도 어르신 학생들은 동급생인 철부지 청소년들과 같이 어울리며 학업을 이어 오지 않으셨습니까? 체험학습일에는 초등학생처럼 마음이 설렌다고도 하시지 않았습니까? 학생회 회장으로 전국 방송통신고등학교 학예경연대회에 참여해서는 배움에 한이 맺혀 뒤늦게 배우는 어르신 학생들과 어울려 속마음을 통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도 하셨지요. 그러면서 어르신처럼 배움에 목말라 하며 남모르게 가슴앓이하시는 어르신들을 찾아 꿈과 용기를 주시고 끝내 방송고로 이끄셨지요. 그 중에 어떤 분은 어르신처럼 중학교 졸업 학력이 없어서 검정고시를 치르도록 선배로서 열심히 이끌어주었다고도 하셨지요. 그 분들이 이제는 어르신의 후배가 되어 열심히 학업에 전념하고 있지 않습니까?

어르신! 이제 일흔이라는 연세에 대학생이 되시는 소감이 어떠십니까? 지금까지처럼 더 열심히 배우셔서 부디 대학을 졸업하시고 대학원도 진학하십시오.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어르신처럼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졸업하는 전국의 방송통신고 학생들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여러분은 승리하셨습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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