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가 목적 외로 쓰여 MB 및 박근혜정부의 핵심인사들이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대북공작금으로 전직 대통령의 뒷조사를 벌였던 사실이 드러났다. 대체 국정원은 엄청난 국민의 혈세를 당초 목적에 쓰지 않고 유용하며 혈세를 낭비한 일이 어디까지 밝혀질지 그 끝이 궁금할 따름이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31일 오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등손실)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종흡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같은 시간 최 전 차장과 범행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 김모 전 대북공작국장 심사도 함께 진행된다. 두 사람은 10억원대 국정원 대북공작금을 유용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풍문성 비위정보 수집 및 음해공작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해외에서 떠돌고 있는 두 전 대통령에 대한 정보를 비밀리에 수집한 뒤 ‘근거 없음’으로 결론을 내리고 종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의 범행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의 대북공작금 10억여 원을 유용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국장은 대북 공작금을 원 전 원장의 개인 호텔스위트룸을 임차하는데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같은 호텔에 이미 국정원의 안가가 존재하는 점 등을 고려해 이 스위트룸이 원 전 원장 개인이 사용할 목적으로 임차된 것으로 판단했다.

중요한 것은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관련됐는지 여부다. 적어도 전임 대통령의 뒷조사를 하면서 당시 대통령이 모르고 있었을 리 만무하다. 당시 국세청장을 지낸 이현동 전 청장이 금품을 받고 국정원의 전직 대통령 뒷조사를 협력한 정황도 포착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전 청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2013년 국세청장을 지냈다. 당시 대통령과의 연결고리가 밝혀질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뒷조사하는 비밀공작 명은 ‘데이비드슨’이라고 한다. 대북 업무에 쓰도록 책정된 대북공작금 10억 원 가량을 빼돌려 전혀 사실이 아닌 풍문을 조사하는데 국민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사실이 어처구니없을 뿐이다. 특히 대북공작에 사용하라는 비용을 엉뚱하게 전직 대통령 뒷조사에 유용한 것은, 안보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보수 정권에서 안보를 뒷전으로 여겼음을 방증하는 일이다. 전 정권에서 남북관계나 대외 안보가 왜 엉망이 됐는지 설명되는 부분이다. 전 보수정권에서 결코 안보를 운운할 자격이 없어진 것이다.

국정원은 특활비를 비롯해 대북공작금 등을 사용하면서 한 번 더 깊이 고심해야 한다.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알토란같은 혈세다. 본연의 업무에 사용하지 않고 물 쓰듯 낭비했다면 철저한 수사로 책임을 묻고 처벌해야 한다. 국민의 혈세를 함부로 다루는 죄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시중에 떠도는 소문만 듣고 거액의 활동비를 유용했다는 것은 국가적인 망신이기도 하다. 당시 대통령이 무관할리 없다고 본다. 이번 검찰 수사로 두 번 다시 같은 일이 재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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