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채용비리가 한두 곳이 아니다. 정부가 합동으로 벌인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결과 1천190곳 가운데 80%인 946곳에서 4천788건이 적발됐다. 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것도 감안한다면 공공기관에서의 채용비리는 상례화 되지 않았나 싶을 만큼 만연돼 있다.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를 심각한 적폐청산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면 취업 때문에 재수와 삼수를 거듭하는 청년들에게 희망은 없다.

적발된 공공기관은 257곳, 지방의 공공기관은 489곳, 기타 공직유관단체는 200곳이다. 이 가운데 부정청탁이나 지시, 서류조작 등 채용비리 혐의가 짙은 109건은 수사의뢰가 돼 있고 255건은 징계를 요구했다.

정부가 29일 공개한 수사의뢰 건이 있는 공공기관과 공직유관단체는 한국수출입은행을 비롯해서 교육부 산하의 대학병원, 과기부 산하의 연구기관 등 15개 부처 기관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징계 요구 건이 있는 공공기관 역시 한국산업단지공단, 도로교통공단, 한국지식재산보호원 등 19개 부처에 63곳이다.

수사 의뢰 건이 있는 지방 공공기관도 만만치 않다. 충북테크노파크를 포함해 세종도시교통공사, 경남테크노파크 등 26곳이며 충청지역에서 세종시문화재단, 청주복지재단,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충북신용보증재단 등이 징계요구대상이 됐다.

이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는 국제금융센터·국립합창단·군인공제회 등 부정청탁·지시, 서류조작 등 채용비리 혐의가 짙은 10개 공직 유관단체에서 채용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12명을 수사 의뢰키로 했다. 충북과 충남에서는 충북테크노파크와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가 포함돼 있다. 채용비리 특별점검 후속조치 및 제도개선 방안도 발표했다. 매년 반복되는 채용비리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좀 더 강력한 수사와 그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

권익위는 수사의뢰 대상자 7명에 징계 대상자 70명 등 총 77명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향후 검찰이 기소할 경우 이들을 퇴출하기로 했다. 공직 유관단체 자체 규정상 ‘직권 면직’ 조항 등을 적용키로 했다. 부정합격자도 면직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수사 의뢰된 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부정청탁 존재여부와 금품수수 등을 확인해야 한다.

매년 반복되는 조사와 몇몇 관련자들의 퇴출로 그치지 말고 채용비리 자체가 발생할 수 없도록 공공기관의 채용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기관별 특성에 맞는 채용규정을 마련하고 기존의 규정을 좀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채용과정을 감독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하며 감독기관의 관리 및 감독 현황 등을 부패방지시책평가에 반영해 기관별 적극적인 개선 노력을 유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채용비리 신고자를 철저히 보호하는 제도가 강화돼야 한다.

정부의 출연기관인 공공기관과 공직유관단체는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는 안정된 일자리를 보장해주는 꿈의 직장이다. 공공기관 임원들이 대를 이어 자녀들이나 지인들의 취업을 돕는다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절망을 안겨주는 일이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새로운 일자라 창출도 중요하지만, 공공기관에 만연된 적폐를 청산하고 일자리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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