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정부가 안전한 나라를 다짐하고 있는데 참사가 거듭되고 있어서 참으로 참담하고, 또 마음이 아프다.”

38명의 사망자와 189명의 부상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 참사 현장에 간 문재인 대통령의 말씀이다. 마음이 아픈 29명의 사망자와 40명의 부상자를 낸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발생한 지 한 달 만에 사망자 수로 역대 3번째로 큰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화재 원인이 완전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제천 스포츠센터와 같이 천장에서의 누전이 아닌가에 초점이 주어지고 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에서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서 초기 진압이 되지 않았다는 질책이 있었다. 그러나 더 규모가 크고 위험성이 높은 세종병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병원 이사장은 세종병원은 건축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니어서 설치되지 않았지만 2018년 6월 30일까지 스프링클러 설치를 마치기 위해 공사 계획을 수립한 상태라고 한다. “응급실 소화기는 법령 기준대로 배치돼 있고 전부 다 사용했다. …세종병원과 세종요양병원 건물에는 각각 25억원의 화재보험을 들어놓은 상태고… 소방점검이나 대피 훈련 등은 필요한 절차를 다 따랐다”고 한다. 병원 이사장의 말을 왜곡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 말 속에는 법에 따라서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예정이고, 법이 요구하는 대로 보험도 들고 소화기나 대피 훈련 등을 실시했다. 이번 화재는 의도적인 방화도 실수로 불이 난 실화도 아닌 운이 나빠서 발생한 것이란 말을 하고 싶은 듯 책임을 벗어나려는 소리처럼 들렸다.

스프링클러와 소화기 비치는 법이 요구하기 때문에 설치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우리의 안전문화이다. 제천화재나 밀양화재에서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제도와 법의 잘못과 미비를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법과 제도가 완벽하더라도 스프링클러를 화재를 조기 진압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법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는 한 인명 사고를 가져오는 화재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 화재에서 6명이 엘리베이터 내에서 사망하였다고 한다. 화재 발생에 대응하는 기본 수칙으로 엘리베이터를 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준수하지 않아서 피해를 늘린 듯하다. 비록 중증 환자여서 이동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나 기본 지침은 지켰어야 하는 안타까움이 크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화재가 발생하자 자체적으로 소화하고자 노력하다가 신고가 늦지 않았는가 하는 의심도 있다.

화재, 재해, 사고 등에 대응해 지켜야 할 기본 행동 요령은 우리의 삶에 있어서 하나의 습관처럼 몸에 배어야 한다. 이것은 초등학교 이전부터의 학습으로 형성될 수 있다. 이러한 안전문화가 형성되어야 스프링클러가 법을 준수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화재를 진압하는 수단이고 생명을 구하는 장치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한편 아쉬운 것은 세월호 이후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대통령과 장관, 여야 대표가 소방차만큼 빨리 현장을 방문하지만, 안전한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법이나 제도를 만들고 예산을 편성했다는 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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