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15일 서울시에서 시행한 대중교통 무료정책이 전국적인 이슈와 쟁점이 되고 있다. 날로 심해지는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으로 서울시가 과감하게 시도하는 정책이다. 그런데 15일 첫 시행을 두고 하루 48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소요되는데 비해 시민의 참여와 미세먼지 감축효과가 미미하다며 벌써부터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래서 얼핏 보면 이 정책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차라리 흡연율을 줄이기 위해 담배 값을 대폭 올리는 정책처럼, 유류세를 대폭 올려서 자동차 통행을 줄이는 방법을 선택했다면 훨씬 더 가시적인 효과를 보여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왜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효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중교통 무료정책을 선택한 것일까?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비유가 냄비속의 개구리 실험이다. 물이 담긴 냄비 속에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물을 데우면 개구리가 냄비 밖으로 나가지 않고 가만히 있다는 것이다. 서서히 데워진 물에 자기 몸이 익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결국 죽게 된다. 반면, 뜨거운 물에 개구리를 집어넣으면 깜짝 놀라서 밖으로 뛰쳐나오고 목숨을 잃지 않게 된다. 인간의 입장에서 개구리가 어리석게 보일 터이지만, 인간도 개구리처럼 환경오염이 서서히 심해져서 생존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데도 밖으로 뛰쳐나가려 하지 않고 계속 버티고 있다는 비유로 사용되고 있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현재의 편안함에 안주하려는 것이 냄비 속의 개구리를 닮았다. 필자는 서울시의 이번 선택이 이제는 밖으로 뛰쳐나가야 할 시기라는 것을, 아직은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시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라고 생각하고 박수를 보낸다.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료정책은 환경분야에서 시사하는 바는 크다. 지금까지 미세먼지와 관련해 이처럼 전 국민의 관심을 끄는 정책이 있었던가? 만약 편안함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지금 당장 냄비 밖으로 뛰쳐나가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가져올 수만 있다면 1천억원 인들 아까우랴. 환경파괴를 불러온 4대강사업에 30조 이상이 투입된 것에 비하면 서울시의 48억원은 혈세 낭비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대전환을 위한 투자로 해석하고 싶다.

지난해 말 청주시의 하천 관리방향을 제안하기 위한 기초조사로써 시민들의 인식을 조사했다. 이 조사 중 무심천 하상도로가 하천환경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에서 약 45%가 영향이 있다고 응답했고, 영향이 없다는 응답은 15% 미만이었다. 그런데 막상 하상도로 전면폐쇄 의견에는 10% 이하만이 찬성했고, 현 상태를 유지하자는 의견은 31%로 가장 많았다. 하상도로가 무심천 오염에 영향을 주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 당장의 편리함을 포기하기 어려운 우리의 모순점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무심천의 하상도로와 수질기준 초과, 발암물질 배출량 1위와 폐암 사망률 1위는 무관하지 않으며, 더 이상 견딜만한 수준도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익숙해진 편안함과 경제성장 지표라는 화려한 겉모습을 여전히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도 서울시처럼 사회적 인식전환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지는 않을까? 그 물꼬를 무심천 하상도로에서 텄으면 하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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