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백주에도 도적들이 심심찮게 나타난다니 서둘러 마즈막재를 넘어가슈!”

사공이 세 사람을 건너편 나루터에 내려놓으면서 걱정을 했다.

“마즈막재도 도적들이 출몰했소?”

마즈막재는 충주관아의 턱밑이나 다름없어 관원들의 출입이 잦은 곳이었다. 또 남한강 물길을 끼고 있어 많은 물산들이 넘어 다니며 사람들 왕래가 잦은 곳이었다. 마즈막재에 도둑이 출몰한다면 포졸 눈앞에서 남의 물건을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시절이 태평하거나 혼란스러우나 힘없는 사람들이 살아가려면 그저 조심하는 길 뿐이었다. 

“여기야 괜찮지유. 그래도 조심해서 손해날 일은 없쥬.”

사공이 뱃전에 서서 마즈막재를 향해 강뚝을 올라가는 세 사람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최풍원과 장석이, 그리고 박왕발이가 소와 나귀에 물산들을 싣고 충주읍성 안에 있는 윤왕구 객주 상전에 도착한 것은 저녁 새참 전이었다.

“최 대주, 이게 얼마만인가?”

우갑 노인이 세 사람을 반갑게 맞아들였다.

“어르신, 그동안 무고하셨는지요?”

최풍원이 읍을 올리며 안부를 여쭈었다.

“북진본방과 임방들은 잘돼가고 있는가?”

“네,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객주 어른께서는!”

“이제 오실 때가 되었네. 오늘이나 내일이면 돌아오실걸세.”

“멀리 출타중이신가 봅니다?”

“한양에 가셨다네.”

“한양에는 어째?”

“장사꾼이 어디는 안 가는가. 장사거리가 있으면 어디든 가는 것이 장사꾼이지.”

“충주는 요즘 시황이 어떤가요?”

“충주라고 별다르겄는가? 춘궁기에다 시절도 어수선하니 무슨 매기가 좋겠는가? 다들 아우성인데 북진본방만 활황일세 그려!”

“그러게 말입니다.”

우갑 노인의 속 있는 말에 최풍원이 뜨끔했다.

“일 처리는 천천히 하고, 종일 힘들었을테니 요기부터 합세.”

우갑 노인이 세 사람을 데리고 상전 안쪽에 있는 요사채로 들어갔다. 그곳은 최풍원에게도 익숙한 곳이었다. 하기야 어느 한 곳 눈에 익지 않은 곳이 있을 리 없었다. 몇 년을 상전에서 일했는데 설은 곳이 있다면 그것이 이상할 일이었다. 이 요사채는 윤 객주 상전에서 일하는 일꾼들이 먹고 자는 곳이었다. 뿐만 아니라 상전에 볼일을 보러오는 장사꾼들도 함께 쉴 수 있는 사랑방이나 객방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이런 공간이 있음으로 해서 상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 많았다. 상전의 매출에 도움을 주기도 했고, 무엇보다 도움이 되는 것은 상전에 앉아서 여러 고을의 시황을 알 수도 있었다. 최풍원도 북진본방과 각 임방을 그렇게 만들고 싶었다.

“이 떠거머리 아이는 누군가?”

“박왕발입니다.”

우갑 노인이 최풍원에게 물었는데, 대답은 박왕발이가 했다.

“최 대주를 따라다니는 것을 보니 장사를 배우려는 게구나?”

“아닙니다!”

박왕발이가 생각할 여지도 없이 잘라 말했다.

“장사하는 집 대주를 따라다니면서 장사를 배우러 다니는 것이 아니면 뭣 때문에 다니는 것이냐”

“어르신, 왕발이는 본방에서 쓰는 기별꾼입니다.”

박왕발이 대신 최풍원이 대답했다.

“기별꾼이라?”

우갑 노인이 조금은 생소하다는 듯 물었다.

“본방과 임방 사이에 연락할 것이 있으면 알리고 하는 일을 할 것입니다.”

“장사를 하다보면 서로 연락할 것들이 무진하지만, 그렇다고 기별꾼을 따로 줄 정도로 벌써 북진본방에 일이 많아졌다는 것인가?”

“예! 많아졌습니다!”

최풍원이 좀은 불려 말을 했다.

“최 대주, 수완이 대단하구먼!”

우갑 노인도 조금은 놀라는 눈치였다.

북진본방을 조직한 지 달포가 지났을 뿐인데, 벌써 기별꾼을 쓸 정도로 상권이 커졌다면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객주 어른과 어르신께서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저야 받은 물건으로 장사만 하면 되는데 뭐 어려울 게 뭐 있겠습니까?”

“물건만 있다고 장사가 되는 것인가. 장사는 장사꾼 수완이 더 중할 수도 있지.”

우갑 노인이 최풍원을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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