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관련한 소방관들에 대한 경찰 조사와 징계가 잇따르면서 과연 이번 참사를 일선 소방서의 책임만으로 몰아붙여서 될 일이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부족한 소방인력과 낡은 장비, 미비한 소방법규 등이 사태를 키운 주범인데 이를 해결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이 진심어린 반성과 개선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현장에서 목숨 걸고 구조에 나섰던 소방관만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핀잔이 적지 않다.

자유한국당 홍철호(경기 김포을)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충북이 보유한 소방무전기 총 1천545대 중 절반이 넘는 897대(58%)가 내용연수가 7년을 초과한 노후장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평균 37%를 훨씬 웃도는 수치로 경기도 66%, 인천시 61%, 창원시 60%에 이어 네 번째로 노후화가 높다. 홍 의원은 “무전기가 노후화되면 전파 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원활한 무선소통체계 구축이 어렵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제천 화재 때 소방무전기를 이용한 교신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제천 화재 참사 유족위원회가 공개한 지난달 21일 제천 화재 발생 당시 소방대의 무선교신 녹취록을 보면 오후 4시2분부터 20분까지 18분간 교신 내용이 없다. 첫 화재 신고 접수 시간이 오후 3시53분인 점을 고려하면 생존자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에 해당한다.

현장인력 부족은 새삼스럽지도 않다. 제천소방서는 법정기준인 190명에 절반도 안 되는 93명의 인력으로 운영됐다.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에도 신고접수 후 7분 만에 도착한 선착대는 차량 4대와 인력 13명이 전부였다. 선착대는 3층 창문에 매달린 사람의 구조와 최초 발생지점 가까이 있는 LPG 탱크 폭발 방지에 소방력을 집중하면서 가장 많은 사람이 있던 2층 여성사우나실 진입 타이밍을 놓쳤다. 선착대 인력이 좀 더 많았다면 대형 참사는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어쨌든 너무 많은 희생자가 나면서 초기 대응 문제에서 소방당국의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소방청은 1차 합동조사단을 운영한 뒤 충북도 소방본부장과 제천소방서장 등 지휘관 4명을 직위해제했다. 초기 대응 실패, 상황관리 소홀 등에 대한 문책이다. 또 2차 합동조사에 착수해 화재 전 스포츠센터 건물에 대해 실시했던 소방 특별조사가 적정했는지 여부를 점검해 부실이 드러나면 관련자를 법에 따라 조치할 방침이다.

다만 화재를 초기에 진압할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주지 않고 무조건 소방관들만 처벌해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명심했으면 싶다. 강압적인 압수수색과 사법처리는 소방관들의 자괴감만 키울 뿐이다. 다만 화재를 초기에 진압할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주지 않고 무조건 소방관들만 처벌해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제천소방서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따끔하게 질책하면서도 격려의 글이 쇄도한다고 한다. 소방관들의 희생에 감사하며 힘을 실어주는 국민들이다. 소방관들이 재난현장에서 더욱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에 정부와 정치권이 솔선해야 할 때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