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소방 안전관리가 총체적 부실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천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의 원인 가운데, 소방관들 간 소통의 가장 중요한 수단인 무전 상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29명이 숨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이 15일 충북소방본부와 119종합상황실, 제천소방서를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119상황실 등에서 화재 현장 대응과 관련한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상황실과 현장대응팀 간 무전 교신자료, 상황실과 신고자 간 휴대폰 음성파일 등을 확보해 초기 대응상황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경찰은 119상황실과 현장 지휘관, 소방대의 업무상 과실 책임을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의 초점은 생존자 구조 ‘골든타임’에 119상황실이나 화재현장 지휘관이 위급 상황을 신속하게 전파하고,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 활동에 전력을 다했는지 여부다. 소방대가 2층 여탕에서 다수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인명구조에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거나 방기했다면 업무상과실치사상이나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수사과정에서 유족들이 제기한 녹취록의 문제가 관건이다. 유족들은 소방관들이 주고받은 모든 녹취록의 공개를 요구했지만, 소방당국은 전파간섭이나 소음이 심해 알아듣기 어려운 무선녹음 파일 9개 중 청취할 수 없을 정도의 녹취록은 직접 기록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경찰이 이 녹취록 일체를 살펴보고 있는 중이다. 

청취할 수 없을 정도의 불량녹취도 문제고, 기록을 빠트린 것도 문제다. 만약 청취할 수 없을 정도라면 무전기의 노후 및 불량이 문제라는 것이고, 의도적으로 기록을 누락했다면 역시 심각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두 가지 경우의 수 모두 충북도의 주민 안전에 대한 불감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전교신은 인명을 구조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결정적인 장치다. 이같이 중요한 무전교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충북도소방본부 자체가 작동하지 않은 것과 같다. 주민 한명 한명의 목숨을 소중히 여겼다면 발생할 수 없는 일이다. 무전교신 등 상황 전파를 소홀히 한 의혹이 밝혀진다면 책임자는 엄중하게 문책해야 한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화재 참사를 계기로 소방 인력과 장비 확충에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재발방지를 위해 반듯이 이루어져야할 일이다. 앞서 도백으로서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 충북도가 도민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해 다른 시도와 다르게 어떤 정책을, 어느 정도의 예산을 사용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충북도는 도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닥터 헬기’ 등을 운영하는 이웃 충남과 비교해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뒤쳐져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충북도는 도민 개개인의 안전과 건강을 통한 삶의 질 향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난개발과 사회간접자본 투자에만 혈안이 될 시대는 지났다.

제천참사는 이 같은 충북도의 정책에 안전이 빠졌음을 입증해준, 예고된 참사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이를 계기로 충북도는 안전정책의 전면적인 재수립을 통해 도민 개개인의 안전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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