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꿈을 안고 목표를 세운다. 그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그 결심과 현실 사이에는 커다란 갭이 있어 꿈의 실현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상황이 되지 않을”때, 그 결심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적절한 예가 있다. 일본의 위대한 세균학자 노구치 히데요, 그가 존경하는 인물은 나폴레옹, 그의 야망은 ‘의학계의 나폴레옹’이 되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천황(天皇)의 시의(侍醫)’가 되는 것이었지만 그러려면 제국대학을 졸업해야 한다는 것이 절대적 조건으로서 학력이 없는 히데요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임상의학에서 세균학으로 눈을 돌리고 후원자의 도움으로 전염병 연구소에 들어간다. 그러나 연구소도 도쿄대학 출신들의 아성, 사립(私立)의 출신인 그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나폴레옹은커녕 하급 장교도 바라볼 수가 없다.

“기초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실험용 모르모트를 좀 주실 수 없겠습니까?”하고 신청하면 담당계원은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 “최신식 현미경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하고 부탁하면 “당신 같은 사람이 손댈 수 있는 물건이 아니야!”하고 무안당하기 일 수. 독일 유학을 희망해도 서류조차 돌지 않는다. 여기에서 그는 결심한다.

“그냥 일본에 있어도 안 되고 독일 유학도 희망이 없다. 그렇다면 미국에 건너가 볼 수밖에…” 그러나 이 꿈 또한 무모한 것. 미국에 연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전염병 연구소의 하급 서생(書生)에 지나지 않는 그에게 자리가 마련될 턱이 없다. 그런데다 미국에 건너갈 여비조차 없다.

즉 “상황”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강인하게 상황을 만들어 나갔다. 이전, 미국의 의학자 사이먼 프레키스너가 일본에 와 전염병 연구소에 들렸을 때 히데요가 통역을 맡았는데 그때 프레키스너가 “미국에 오면 도와 주겠다”고 약속해 주었다고 말해 후원자와 주위 사람들의 양해를 얻는다.

후일, 프레키스너는 “그런 약속을 한 기억이 없다”고 부정하고 있으므로 이것은 히데요의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말하지 않았더라면 후원자나 주위에서 찬성할 리가 없었다. 비용 문제는 혼담(婚談)을 이용했다.

승낙대신 “결혼 전, 미국에 갔다 오고 싶으므로 지참금(持參金) 일부를 미리 주었으면 좋겠다”는 조건을 걸어 거금 오백 엔을 받아낸다. 그는 도미(渡美)하자 이 약혼을 흐지부지 파기해 버렸고 돈은 어쩔 수 없이 후원자가 변상한다.

이 일이 결혼 사기 비슷한 행위라는 비난을 받았고 그의 일생에 일대 오점을 남긴 것이었지만 “상황을 만들어 내고야 마는” 그의 파이팅에는 경탄을 금할 길이 없다.

상황이 없다면 상황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심이 현재의 상황으로 보아 무리한 경우, 그러나 기어코 목표를 달성하려면 우겨다짐으로라도 상황을 만들어 내는 길 밖에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사실을 모를지라도 전진해야 한다. 전진하고 있노라면 사실을 알 수 있게 될 테니까”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포드의 말이지만 그는 다른 대 사업가와는 달리 경영의 다각화를 꾀하지 않고 오직 자동차에만 전력을 기울였다. ‘사실’은 가만히 앉아 있더라도 밝혀진다. 그러나 그것은 앞으로 나아감으로써 눈앞에 나타나게 되는 ‘사실’과는 전혀 다른 것이 아니겠는가. 그 사실이 끊임없이 포드에게 전진을 요청한다. 부품의 표준화, 흐름작업에 의한 대량 생산이라고 하는 획기적인 생산방식은 이렇게 전진을 계속함으로써 저절로 얻어진 ‘사실’이었다.

생각하기보다 부딪쳐라. 몸으로 부딪쳐 나감으로써 거기에서 생명력 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다. 길이 막혔을 때 아무리 생각해 보아야 ‘상황’이 없을 때 머릿속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몸으로 부딪치는 행동력만이 당신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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