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충북예술고 교사

서양 의학이 들어오기 전에 동양에서는 병을 어떻게 치료하고 어떻게 몸을 보았을까요? 지금 돌이켜보면 아무 것도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억을 되돌려보면 부모님이 어딘가 한약방에 가서 약을 지어다 먹였죠. 아니면 동네 침쟁이가 와서 따주거나 할머니가 실로 손가락을 묶고서 바늘로 땄습니다. 그런 정도가 동양의학의 경험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동양도 엄연한 사회인데 의료행위가 없었을 리 없고, 의학이론이 없었을 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때의 의학이론을 간단히 훑어볼 만한 책은 없을까요? 바로 이 책이 그에 대한 답입니다. 이 책은 동양의학의 전체 성격과 방법을 일반인이 알기 쉽게 설명해놓은 책입니다. 그렇지만 음양오행론에 대한 상식이 있던 시절에는 읽기 쉬웠겠지만, 의학의 밑바탕을 이루는 음양오행론에 대한 상식이 아예 없는 요즘 사람들에게는 결코 쉬운 책은 아닙니다. 그래도 할 수 없습니다. 이보다 더 쉽게 동양의학을 설명한 책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소개합니다. 이 책은 벌써 나온 지가 20년이 넘었습니다. 요즘 보니 제목을 바꾸어 출판했더군요. ‘통속 한의학 원론’.

동양의학의 뼈대는 춘추전국시대에 숱한 논쟁을 거쳐 진한대에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정착하는 것이 이른바 4대의서입니다. 의원들이 꼭 암송해야 하는 4대의서란, ‘황제내경’, ‘난경’, ‘상한잡병론’, ‘신농본초경’입니다. 그 후대의 책들은 이것을 집대성하는 차원입니다. ‘의학입문’, ‘동의보감’ 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언뜻 생각하기에 오늘날을 기준으로 서양의학이 옛날부터 발달했다고 보기 쉬운데, 서양의학이 동양의학을 앞지르기 시작한 것은 불과 200년이 채 안 됩니다. 페니실린과 항생제를 발견함으로써 동서 의학의 싸움은 서양의학의 승리로 일단락됩니다. 그렇지만 오늘날 병원이 성업을 하고 병은 날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사실을 살펴보면 과연 서양의학이 승리의 축배를 둘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저절로 뒤따릅니다. 이제 게놈 지도도 완성됐고, 디엔에이의 구조도 다 밝혀졌는데 의학이 인간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을 별로 없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질문에 서양의학은 해줄 말이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아 할까요? 이제 이쯤에서 동양의 경험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서양의학은 해부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의학입니다. 해부학은 산 사람을 상대로 하지 않습니다. 시체를 상대로 파헤쳐 만든 이론으로 산 사람을 상대로 치료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떤 결과에 이를까요? 사람을 기계로 보는 것입니다. 자동차처럼 부품이 낡으면 갈아치우고 고장나면 뜯어내는 방식입니다. 그렇지만 서양의학은 증상학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의학입니다. 서양의학과 달리 산 사람을 상대로 산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여러 증상들을 종합하고 재구성해 만든 학문입니다. 그러므로 동양의학에서는 언제나 산 사람을 상대로 해 의학을 만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거기서 병이 발생하는 원인을 찾아서 대안까지 마련하는 동양의학의 지혜가, 서양의학의 한계에 대한 대안이 될지도 모릅니다. 동양과 서양은 의학의 대립이 아니라 상호보완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이 책이 그런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