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의 당협위원장 공모를 시작했지만 당내 불협화음이 심각하다. 중앙당에서도 홍준표 대표가 수도권을 버리고 보수의 핵심지지층이 결집된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 공모에 지원한 것에 대해 대구 지역구는 물론 중앙당 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적어도 당 대표는 지지층이 결집된 쉬운 곳이 아니라, 가장 어려운 지역구로 예상되는 수도권을 맡아 줘야 한다는 게 당 안팎의 바람이다. 하지만 홍 대표는 자신이 국회의원을 지냈던 서울을 버리고 대구를 선택해 중앙당 차원에서나 대구 지역구 차원에서도 납득할 수 없다.

대구 북구을에서도 신진 정치인들의 입성을 차단하고 당 대표가 지역구를 거머쥐게 되면 지역의 새로운 인물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가뜩이나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에서 인물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혹은 차기 총선을 겨냥해서라도 당 대표는 어려운 지역을 맡고 한국당 텃밭은 신진 지역정치인에게 넘겨줘야 하는 게 상식이다. 이는 홍 대표 스스로 차기 총선을 겨냥해 쉬운 길을 가기 위한, 자신만을 위한 선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어느 당이나 당대표는 전국 선거를 위해 당협위원장을 서울 등 수도권에 신청하는 게 보통이다. 홍 대표는 대구에 내려가게 된 이유에 대해 대구를 본거지로 해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지 대구에 출마하겠다는 뜻은 절대 아니라고 밝혔지만, 3년 후에나 있게 될 총선을 두고 한 그 말을 믿을 사람은 없다. 더욱이 홍 대표는 “빈자리가 있어서 내려오는데 대구에서 정치를 한 번 해보는 게 소원이었다”고 말한 점으로 미뤄 앞뒤가 안 맞는 말이라는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충북 청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충북도당의 청주 청원·흥덕선거구 당협위원장 공모를 두고 일부 당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에 뽑히는 당협위원장은 오는 6월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2020년 21대 총선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돼 있다. 오래전부터 지역구에서 활동한 사람들에게는 유일한 기회다. 하지만 위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온 사람이 공모에 참여한다면 심각한 분란이 일수밖에 없다. 평소 당 활동을 하지 않다 선거를 겨냥해 갑자기 입당하거나, 유불리를 따져 지역구를 수시로 옮기는 인사들이 응모한다면 기존의 당원들 사이에 당연히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지역주민과 정당의 정체성 보다는 오직 선거만을 생각하는 전형적인 철새정치인의 모습이다. 김양희 충북도의장 등 거명되는 낙하산 인사들은 홍 대표와 함께 한국당의 구태의연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동안 지역당협위에서 열심히 활동하던 당원들이 낙하산에 밀려 들러리 신세로 전락한다면 어느 누가 진정성 있게 당을 위해 일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선거 때마다 자신이 유리할 것 같은 지역구로 옮겨 다니는 인사들이 과연 당의 쇄신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역주민을 생각하고 열심히 일한 당원들을 위한 당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갖고 있던 기득권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인물의 등장이 필요하다. 지역과 무관하게 좋은 경력을 쌓은 인물보다는, 지역 살림 구석구석을 챙긴 지역일꾼이 당협위원장을 차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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