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혈세를 쓰는 일은 성급하게 서두르거나 과한 욕심을 내는 것 보다는 철저하게 준비해 돌다리도 두드리며 점검하고 또 점검한 후에 결정해야 한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각 지역마다 자치단체장들의 치적 쌓기를 위해 지나치게 대규모 사업을 앞뒤 가리지 않고 추진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풀뿌리 지방자치제가 왜곡되는 나쁜 선례중 하나다.

충북도가 성급하게 항공정비(MRO)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다 국민의 혈세 83억원이 장기간 묶일 처지에 놓였다. 앞뒤 가리지 않고 욕심낸 충북도의 자승자박(自繩自縛)이라고 할 수 있다.

감사원은 지방자치단체의 개발사업 비리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충북도의 청주공항 경제자유구역 항공정비(MRO)단지 조성사업에 대해 ‘부적정’판단을 내렸다. 이에 대해 충북도 경제자유구역청은 “법정 절차를 준수했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감사원 조사 결과 “경자청이 국토교통부와 아시아나항공의 부지 조성공사 추진 연기 요청을 무시하고 이를 강행하면서 성토공사비 49억원 등 83억원이 장기간 사장될 우려가 발생했다”며 충북지사에게 ‘주의’를 요구했다.

당초 충북 경자청은 아시아나항공과 손잡고 청주공항 경제자유구역(에어로폴리스 1지구) 13만5300㎡에 MRO단지를 조성키로 했으나 아시아나항공이 사업 참여를 철회하면서 지난해 8월 사업 포기를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경자청은 에어로폴리스 1지구 조성공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다 같은 해 11월 충북도의회의 요구로 중단된바 있다.

충북도 입장에서는 2009년부터 진행된 MRO시범단지 조성사업에 대해 아시아나항공만을 대상으로 했던 사업이 아니라고 변명을 하고 있지만, 국내 항공사 중 아시아나를 제외하면 해외 항공사를 유치해야 할 만큼 어려웠던 사업임에는 틀림없었다. 아시아나만 믿고 차선책 없이 진행하다 현재의 상황을 맞은 셈이다. 충북도의 100년 먹거리라며 과대 포장했던 사업이 애꿎은 국민의 혈세만 낭비하게 생겼다. 감사원의 적절한 지적이다.

충북 경자청은 진행되는 사업에 비해 지나치게 앞서다 이 같은 낭패를 보게 된 것이다. 국토부와 아시아나항공의 부지 조성공사 연기 요구가 있었던 데다, 아시아나항공이 사업 참여를 고민하는 줄 알면서도 무리하게 욕심내 착공을 강행했다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민간 사업자가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게 부지를 먼저 개발하고 분양한다는 충북도의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부지를 마련해 개발해놓고 분양이 안 될 경우 그 책임은 누가 질것인지 묻고 싶다.

국민의 혈세를 함부로 쓰는 이 같은 행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MRO 사업추진에 대한 충북도 경자청의 무모함에 대해 분명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뜬구름 같았던 MRO 사업을 일반 산업단지 분양과 같은 맥락에서 분석하고 있는 충북도는 아직도 책임보다는 정부에 떠넘기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잘못된 정책을 인정해 대책을 찾는 일이 우선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남의 탓을 하는 격이다.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확보한 용지를 적절하게 매각할 수 있는 방안을 찾거나, 더 좋은 일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현명하다. 적어도 잘못을 남에게 전가하는 일만은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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