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남북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정부가 2일 북한에 고위급 남북당국회담 개최를 신속하게 제의했다. 갑작스럽게 진행된 개성공단 철수 이후 냉각됐던 남북관계가 해빙무드에 들어설 조짐이 보이는 일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브리핑을 열고 “오는 9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고위급 남북당국회담을 개최할 것을 북측에 제의한다”라며 “남북이 마주 앉아 평창동계올림픽 북측 참가 문제 협의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상호 관심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정부는 시기, 장소, 형식 등에 구애됨이 없이 북측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강조했다.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를 협의하기 위해서는 현재 막혀있는 판문점 남북 연락채널이 조속히 정상화 돼야 한다. 판문점 연락채널이 정상화 돼야 회담 의제와 대표단 구성 등 세부절차를 협의해 나갈 수 있다. 북한이 정부의 고위급 회담 제의를 받을 경우 연락채널은 자동적으로 가동될 전망이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신속하게 받아들이기를 촉구한다.
정부는 북한이 이번 고위급 회담 제의를 받을 경우 최우선적으로는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남북 대화가 장기간 열리지 않았던 만큼, 남북 간 협의해야할 현안이 쌓여 있다. 우선 시급한 과제로 평창동계올림픽참가 문제를 하루빨리 매듭져야 한다. 이를 계기로 남북 대화가 상시적으로 재개되고, 더불어 남북관계가 복원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앞서 정부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 한미군사훈련을 연기하기로 했다. 북한 김정은의 올림픽참가 가능성 발언은 이에 대한 화답차원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환영할만한 일이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2일 “우리는 북한 지도부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대한 발언을 열린 방식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IOC는 자력으로 출전권 확보가 힘든 북한에 와일드카드를 주는 방안을 고려해왔다. 이를 위해 각 종목 국제연맹과 본격적인 논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몇 주 후면 눈과 얼음 위에서 펼쳐지는 평창동계올림픽이 개막된다. 평창올림픽은 현재의 발전된 한국을 전 세계에 알리고, 남북한 평화의 시대를 여는 계기가 돼야 한다. 언제나 모든 정파와 민족의 경계를 뛰어 넘는 올림픽이 한반도를 넘어 세계에 희망과 평화의 상징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오는 9일 고위급 남북회담을 제의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즉각적으로 제의가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한다. 30년 전 88서울올림픽은 동서화합의 제전이었지만, 북한의 불참으로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한 달 남짓 남은 평창동계올림픽이 한반도 긴장완화와 세계평화 증진에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관계에 꼬인 경제적인 문제도 곧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