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영 건양대학교 군사경찰대학 교수

 

2018년 무술년(戊戌年) 새해가 밝았다. 이때쯤이면 각국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통치철학을 담은 신년사를 밝히게 된다. 북한의 김정은 역시 신년사를 밝혔다. 금년도 신년사의 특징은 얼마 후에 평창에서 개최 예정인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수 있다는 내용과 함께 그동안 단절됐던 남한과의 대화를 재개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언급한 점이다. 일단 정부는 조심스럽게 환영의 뜻을 밝혔다.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남한과의 관계회복을 원한다면 이 보다 반갑고 희망적인 소식은 없을 듯하다.

그러나 우리들이 여기서 주목할 점은 과거 대규모 도발을 자행하기 전에 늘 평화공세를 펼쳐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평화스럽고 안전한 올림픽을 개최하고자하는 마음만을 앞세워 냉철한 판단 없이 북한의 제의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이기에 앞서 다시 한 번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 이유의 하나로 북한은 남한에 대해 손을 내미는 동시에 미국에 대해서는 더욱 강도 높은 핵 위협을 주저하지 않은 점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끈질기게 펼쳐왔던 통미봉남(通美封南) 태도에서 통남봉미(通南封美) 태도로 갑작스러운 변화를 꾀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의 목적이 갈수록 심해지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일시적으로 피하면서 그들의 원하는 수준의 핵 개발을 완성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 아닌지 좀 더 신중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북한은 6차 핵실험을 자행하고 남한과 국제사회를 향해 핵 개발을 완성했다 선언하면서 핵 보유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경고와 핵 개발 포기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들의 시나리오대로 끊임없이 핵개발 행보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북한은 주민들의 배고픔과 국제사회의 끊임없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핵개발에 매달리고 있는 것일까. 우리들은 북한이 핵개발에 목을 매는 이유를 분명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렇게 핵개발에 목을 매는 가장 큰 목적은 북한 체제유지에 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어가 보면 북한의 핵개발은 단순히 체제유지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남한의 적화통일에 있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북한 정권의 탄생 자체가 적화통일을 목적으로 탄생한 정권이라고 본다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6·25전쟁을 일으키고 이에 실패하자 다른 방법을 찾은 것이 핵 개발의 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밝힌 대로 남한과의 진정한 화해를 원한다면 먼저 핵 개발을 멈추거나 포기한다는 선언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핵 개발은 멈추지 않을 것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대한 핵 위협은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점을 동시에 밝혔다는 점이 유감스럽다. 북한 김정은은 세계적인 지구촌의 축제인 동계올림픽을 과거 지속해 왔던 행태처럼 겉으로는 평화를 내세우면서 속으로는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 생각을 아예 꿈도 꾸지 말 것을 강력하게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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