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문 수  < 충청대학 영어통역과 교수 >

전 국민의 화합과 평화의 염원을 담은 성화의 불꽃이 힘차게 타오르며 화려한 막을 올린 전국체전도 이제는 중반을 넘어 서고 있다.

팡파르와 축포 속에서 분위기가 고조되며 성대히 거행된 체전이 중반을 넘어서자 선수들의 우승 고지를 향한 메달 경쟁은 더욱 뜨거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모든 이념과 인종과 언어, 종교 등의 벽을 넘어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올림픽처럼 전국체전은 모든 사람들의 뜨거운 사랑과 기대 속에서 맑고 높은 가을 하늘 아래 펼쳐지는 아름다운 대축제의 향연이 아닐 수 없다.

올해 전국체전이 어느 체전보다 뜻 깊은 것은 규모보다는 고대 올림픽의 제전처럼 평화와 화합의 정신을 재현해 내려는 의도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세 곳의 명산과 세 곳의 섬에서 채화된 성화는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로부터 불을 훔쳐 인류에게 건네주어 인류의 문명의 시발이 된 것처럼 우리의 국운을 상승시키며 화합과 평화의 염원을 구현시키려는 의미를 주고 있다.

화합·평화 의미 부여

매년 체전에 참가하는 각 시·도나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나 임원들은 그들의 명예를 걸고 그 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한껏 발휘하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그들이 스포츠 정신에 입각해 몸과 몸을 맞대고 땀을 흘리며 정정당당하게 경쟁을 벌이는 모습은 인류가 이뤄낸 숭고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체전이나 올림픽이 오늘날 이처럼 아름다운 축제로 남아있는 것은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결과나 목적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규칙에 따라 공명정대하게 싸우는 정신과 그 땀으로부터 얻어지는 고귀한 승리의 기쁨 때문이다.

그러한 열정과 정신이야말로 체전의 성화가 상징하듯이 사회의 갈등을 씻고 국력을 결집하여 새롭게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금번 체전에서 충북은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선수들과 임원들의 노력과 각오는 어느 때보다 남다를 것이다.

더욱이 충북은 행정 수도의 이전 문제 등으로 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는 점에서도 체전이 지니는 의미는 크다.

그러나 전국체전이 그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성화가 지니는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성화는 국토의 중앙에 위치한 충북이 영산(靈山)과 영도(靈島)로부터 국가의 발전과 평화를 위한 영험한 에너지를 충북으로 끌어들이려는 듯한 이미지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충북이 우승이나 결과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체전을 화합과 평화를 이뤄내는 축제로 승화시켜 나가려고 힘을 모을 때 체전은 더욱 성공적이고 뜻깊은 체전으로 남게 될 것이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이 많다. 그러나 고대 올림픽이 인류의 아름다운 제전으로 그리스부터 오늘의 올림픽으로까지 계승돼오는 것은 고대 올림픽의 정신이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성화 정신 이어져야

모든 일이 그러하듯 시작은 장대하나 세월이 지남에 따라 본래의 취지를 잃거나 벗어나게 될 때 그것은 점점 의미를 잃고 퇴색되거나 변질되며 결국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체전은 경기의 결과나 승패만이 아니라 체전 본래의 취지를 잃지 않고 그를 이뤄내려는 순수한 정신을 이어나가려 할 때 그를 위해서 땀 흘린 봉사자들이나 메달을 향해서 경쟁을 벌인 선수들 모두에게 빛나는 인상깊은 체전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재앙은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건네준 불에 대한 경외감을 잊고 불을 오용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시작됐다는 점에서 전국체전 또한 그러한 정신이 퇴색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번 충북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은 성화의 상징처럼 국가의 평화와 화합을 다지며 사회의 어두움을 밝히는 희망과 생명의 불꽃으로 초심을 새기게 하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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