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경 희  < 논설위원 >

85회 전국체전의 성화가 청주종합운동장의 성화대에서 밝게 타오르고 있다. 체전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신성한 횃불의 뜨겁고도 순수한 열정은 젊음의 피가 약동하는 체전의 꽃이라 하겠다.

아테네올림픽 양궁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충북체고의 임동현이 점화한 이번 체전의 성화는 여느 때의 성화와는 그 의미와 신성함에서 차별성을 보인다.

1955년 36회 대회에서 처음으로 등장해 37회 대회 때부터 성화봉송 행사로 자리 잡게 된 전국체전의 성화는 단군 전설이 얽힌 강화도 마니산(摩利山) 정상에    있는 참성단(塹星壇)에서 채화 돼 왔으나 이번 충북체전의 성화는 체전 사상 처음으로 전국의 3산과 3해, 6곳에서 채화했다.

체전의 꽃 성화

금강산, 한라산, 마니산에서 얻은 통일의 불과 독도, 백령도, 마라도에서 받은 생명의 불을 합화한 성스러운 성화가 지금 타오르고 있는 충북체전의 성화인 것이다.

통일을 기원하고 민족 통합을 염원하는 민족 체전으로 삼기 위해 금강산을 비롯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3산3해에서 성화 채화를 준비했다는 성화의 성격도 다른 대회와 차이가 있지만 화제를 더하는 것이 바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63m의 성화대다.

성화대 아래에 당도한 성화를 생명의 기본인자인 DNA 염기로 분장한 네 사람이 줄을 당겨서 63m의 타워크레인 정상까지 끌어올려 성화대에 점화한 성화행사는 찬탄을 금치 못하게 한 역사적 볼거리였다.

고대 그리스 올림픽의 성화에서 시작된 체전의 성화는 올림픽경기대회 기간 중 경기를 봉납하는 제우스신전의 제단에 성화가 불타고 있었던 고사와 횃불경기에서 고안되었다고 한다.

현대에 이르러 성화 봉송은 올림픽 경기대회를 비롯한 각종 체전의 상징적인 축하행사로 자리 매김을 했다.

근대 올림픽의 성화봉송은 1936년 11회 베를린 올림픽대회에서 독일의 히틀러가 발칸반도 여러 나라 청년을 동원해 베를린까지 릴레이 시킨 데서 기록으로 남게 되었는데 나치 참모본부의 발칸작전 모략의 일환이었다는 설도 회자된다.

성화는 1948년까지는 단순히 올림픽의 불(olympic fire)이라고 불렸으나 1950년부터 올림픽헌장에서 성화(sacred olympic fire)라고 규정했는데 그 후 중요한 대회행사의 하나가 되어 고대 올림픽 정신의 맥을 이어주고 있다.

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1951년 1회 뉴델리대회 때부터 개회식장에 성화가 점화되었으며 국제 올림픽과는 달리 개최지의 유서 깊은 곳에서 채화하는 것이 관례다.

1986년 10회 서울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경주 화랑교육원에서 채화해 서울로 봉송했었다.
하늘의 불을 훔쳐 인류에게 준 프로메테우스의 신화로부터 불은 인류의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게 했다.

이성과 창조적인 능력을 인간에게 보태준 불의 신화는 그래서 체전 등을 통해 뜨겁게 추앙된다.

화합과 평화의 상징

동양에서의 불은 지혜를 밝히는 경건한 의식으로 의미를 갖는데 불교의 유부경전에는 아사세 왕이 기원정사에서 부처님께 법문을 청해 들을 때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때 동참한 모든 불제자들이 기름등불을 켜서 법회자리를 밝혔으나 난타라는 한 가난한 여인은 가진 것이 없어 불을 켤 수 없었다.

복을 쌓고 싶었던 난타는 간절한 정성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팔아서 기름 한 되를 구하여 결국 불을 밝힌다.

아침이 되어 모든 불이 꺼졌으나 난타의 불만은 꺼지지 않고 밝게 타고 있었다.

믿음을 심지 삼고, 자비를 기름으로 삼으며 생각을 그릇으로 하고 공덕을 빛으로 하여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삼독을 없앤다는 화엄경의 말씀대로 불은 자기희생과 수양의 큰 뜻이 담겨있기도 한 것이다.

지금 우리 곁에서 화합과 평화의 상징인 체전의 성화가 타오르고 있다.

전 국토의 정기를 담은 성스런 생명    의 불을 보는 마음이 새삼 경건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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