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 우 석  < 취재부장 >

인류 문명의 불이 충북에 안착, 타오르고 있다. ‘먼저 생각하는 사람’, 프로메테우스의 불은 지금 한반도의 중앙, 충북에서 계몽의 빛을 발하고 있다.

 ‘신나게, 힘차게, 빛나게’라는 슬로건 아래 41개 종목 12개 시·도 및 해외동포선수단 2만5천여명이 85회 전국체전에 참여했다.

전국체전은 선수들만의 잔치가 아니다. 각 시·도가 우정을 나누고 화합을 다지는 자리다. 고향사랑, 나라사랑과 더불어 겨레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체전 개막 나흘째, 메인스타디움 한 가운데 자리잡은 63m 높이의 초대형 성화대에 안치된 성화는 희망을 나르고 있다.

지역적으론 ‘충북’, 국가적으론 ‘대한민국’의 웅비를 상징하고 있다. 충북도민 모두 한 몸 한 뜻으로 체전의 횃불처럼 타올랐으면 한다.

축제로 변화가 필요하다

스포츠는 흔히 인생의 축소판으로 비유된다. 인생 여정에는 반드시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도 있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절망 뒤 환희의 순간이 뒤따른다. 부침이 심한 탓에 선수들의 사연은 언제나 눈물겹다.

대입 수험생들은 입시를 위해 죽어라 하고 준비한다. 고교 3년 동안 모든 것을 잊고 공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전국체전을 준비해 온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세상의 관심은 모든 이에게 쏠리지 않는다.

성적 비관으로 목숨을 끊는 학생과 선수가 속출해도 잠시 호들갑만 떨 뿐 달라지는 건 없다. 학교나 가정, 사회의 관심은 언제나 우수학생이나 우수선수, 우수대학에 쏠려 있다.

지난 8월 아테네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남녀 궁사들은 변함 없는 실력을 발휘했다. 외국의 한 언론이 이를 두고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양궁실력이 학교성적에 들어간다”는 오보를 냈다고 한다. 웃고 넘길 만한 일이지만 씁쓸하다.

올림픽 금메달 하나 따는데 35억원의 정부 예산이 든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액수다. 4년에 한번 열리는 올림픽은 국민들에게 잠깐의 흥분과 감동,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팍팍하고 고단한 현실의 삶과 별다른 상관을 맺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은 시간이 지나면 그 때의 감동과 환희를 잊는다. 그뿐이다.

인기·비인기 종목에 대한 정부 지원은 확연하게 다르다. 그래서 대학 진학을 앞둔 비인기종목 체전 참가 선수들의 의지는 비장하다. 외롭고 슬프기까지 하다. 메달을 따야 대학 입학 자격을 얻는 현행 입시제도 때문이다.

대학엘 못 가면 운동을 계속할 실업팀도 그다지 많지 않다. 엘리트 코스를 밟지 못하면 대학 가기 정말 어렵다. 국가대표로 발탁되긴 더욱 힘들다.

전국체전 참가 선수 가운데 일부는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일부는 국내 선발전에도 참여할 수 있다. 국가 대표로 선발되면 이따금 해외 전지훈련도 받게 된다.

하지만 메달권 밖의 상당수 선수들은 또다시 기약 없는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한다. 운동을 그만두는 선수도 생길 수 있다.

전국체전은 이제 노메달에 그친 선수들도 즐겁게, 기꺼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축제로 변화돼야 한다.

대한민국 체육계 구조상 전국체전이 올림픽 대표선수를 차출하는 대회는 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메달 색깔이 선수의 인생을 좌지우지해선 안 된다.

성적 집착이 우를 부른다

경기내용은 중요하다. 하지만 출전 선수들을 짓누르는 압박이 되면 곤란하다. 성적에 집착, 승리만을 위한 질주는 부작용을 나을 수밖에 없다.

성공은 성적으로 평가되는 게 아니다. 오류에 대한 개선과 반성, 부작용 치료법 개발이 성공의 열쇠다.

85회 전국체전은 바이오토피아 충북을 전국에 널리 알리는 큰 효과를 내고 있다. 충북의 희망을 알리는 메신저 역할도 충분히 하고 있다. 모자람 없는 총력준비는 성공체전을 부상시키고 있다.

3산, 3해에서 채화된 성화의 뜻은 비교적 제대로 상징화되고 있다. 체전사상 처음으로 북한 금강산에서 채화된 통일의 불은 평화의 불씨로 남아 있다. 성공체전은 충북 체육진흥과 함께 지역 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행사 주최자의 본분은 결국 ‘성공 이끌기’다. 솔로의 뛰어남 보다 오케스트라의 조화가 훨씬 값진 이유가 여기 있다. 종합 1위 성적에 집착하면 우를 범할 수 있다.

제우스의 불을 훔쳐 인류에게 나눠준 프로메테우스로부터 사고의 전환을 배울 필요가 있다. 먼저 생각하는 사람만이 변화의 성공을 창조할 수 있다. 사흘 뒤면 성화가 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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