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실이 좋기로 소문난 부부의 슬픈 이야기가 겨울이 얼마 남지 않은 이 때 마음까지도 스산하게 만든다.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며 살던 90대 노인이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치매에 걸린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도 목을 매 숨졌다.

모시겠다고하는 자녀들에게 부담주기 싫다고 거절해 오다 최근 3년 전부터 막내 아들네에서 함께 살았다.

지난해 여름부터 부인을 극진히 간호했지만 병세가 더 악화돼, 결국 자식을 위해 극단적 행동을 하기에 이르렀다.

폐지와 고물을 주워 팔아 모은 250만원을 장례비로 남겼다.

함께 살을 맞대고 한평생 서로 위해 주던 부부에서 비정하게 아내를 죽여야만 했던 노인의 마음은 어땠을까.

장례비까지 손수 마련한 부모를 보는 자식들 마음은 또 오죽할까. 한평생 자식을 위해 살다 얻은 고통이니 자식들에게 당연하게 받아야할 내 몫이라 생각해도 아무도 그 부모를 비난하지 못할 것인데….

부모란 그런 존재인가 보다. 평생 자식을 위해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순간에도 자신의 고통이나 아픔보다는 자식들을 위한 길이 무엇인가를 먼저 곱씹어 보는 것.

자신에게 있는 그 무엇을 다 줘도 모자란 듯 주고 또 주고 싶은 것.

남은 자식들은 부모를 생각할 때마다 마음 한 켠에 무거운 짐을 진 듯 아플 것이다. 그 심정이 어떨지 다 알 수는 없지만 지금 내가 느낀 이 감정이 그것에 가까우리라.

물론 부모님의 선택은 올바르지 못했다. 과연 그 방법밖에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도 아낌없이 주고 싶었던 부모님의 마음은 너무나 감동적이다. 슬프지만 마음이 숙연해지는 순간이다.

오늘 멀리 떨어져 있는 부모님한테 안부 전화라도 한 통화 해야겠다. 사회 생활한답시고 나가 살다보니 마음과 달리 행동은 쉽게 따라주지 않는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고, 내 맘 몰라준다고 투정에 짜증만 부렸던 어머니께 오늘 만큼은 웃으며 말 한마디 건내 보련다.

장옥선/ 26·청원군 북이면 호명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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