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너무나 시끄러워졌다.

한마디로 질서가 사라진 세상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민주화운동은 그 결실을 거두고 재야의 지도자들은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혼을 담은 정부를 탄생시켰고, 자신들이 부르짖던 정책을 반영해 국민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자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서민과 노동자들을 위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그들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세상은 온통 정부정책을 비난하는 시끄러운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민주화를 외쳤던 사람들은 모두가 정치권에 입성하는 영광을 누리는 세상이 됐다. 상대적으로 농가부채탕감을 주장하며 자신의 임기만을 넘기려는 선심성 농정정책이 오히려 농민들을 깊은 수렁과 거리로 몰려나오게 한 계기가 되었다.

농산물시장개방을 목전에 두고 농민들에게 현실을 직시하는 사고를 전달하여 시장개방으로 받게될 충격을 완화하는 정책을 고려했어야 한다.

쌀 농사를 대신하는 대체영농으로 농민들의 생계보장을 했어야 함은 물론이며 정부의 쌀 수매가도 시장개방시기에 맞춰 경쟁력을 갖도록 조정하는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오로지 정권찬탈에만 눈이 멀어 농민들을 정치의 도구로 이용해 왔다.
그 결과 농민들은 거대한 세계시장의 자율경쟁에서 도태돼야할 만큼 무능력한 입장에 처한 것이다.

시장개방을 앞둔 국민의 정부가 수매한 쌀의 수매가격은 5년 동안 계속 상승하는 이변을 낳았다.

결국 시장개방을 감당해야할 참여정부로 넘어온 수매가격은 80kg 한 가마의 가격이 16만8천원에 이르렀으며, 참여정부에서는 충격을 완화한다는 명목으로 4%의 수매가를 낮추는데 그쳤다.
쌀 시장이 개방되면 수입쌀의 가격은 5만원대에 불과하다.

16만8천원과 5만원의 차이는 무엇인가? 한국의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2005년부터는 정부의 수매가 사라지니 농민들은 재고부담까지 떠 안아야만 한다.

만약 정치인들이 농민의 입장이라면 당장에 특별법을 만들고 여야가 한 덩어리로 뭉치는 일이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우선순위는 생산성 없는 과거청산에 매달리고 국보법폐지를 논하고 있을 뿐 농민들의 분노를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이 ‘상대적 가치’를 생각하지 못한 정치권과 농민들의 이해득실에서 발생한 일이니 누구를 탓해야 하는 것일까.

UR에 이어 WTO의 개방압력 앞에서도 국민의 정부는 그들이 소리 높여 외치던 ‘농가부채탕감’에 발목 잡혀 오히려 수매가격을 높여달라는 농민들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농민들은 시장개방을 대비하기보다는 단체행동으로 정부의 발목을 잡는 행동이 불러온 사태인 것이다.

수매가 사라지는 2005년도에는 농민들은 수확기에 큰 돈을 만지기가 힘들어지고 2004년도 수매자금은 농협에서 부실채권을 우려해 대출금회수에 들어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런 현실에서 농민들이 살아날 정책이 하루빨리 필요하지만 국회는 지금도 당리당략에만 눈이 멀어 밥그릇 싸움만이 한창이다.

상대적 가치를 생각하지 못하는 사회, 기업은 망해도 파업은 지속되고, 단체행동으로 길거리로 나서면 용감해지는 군중심리는 도로를 점거하고, 시민의 교통수단은 차고에서 잠을 자고 있고, 나만의 생각이 옳을 뿐 상대의 애로사항은 나몰라라하는 세상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끝이 날 것인가.

 “서로가 피해자이고 가해자”라는 사실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이 욱  <청사모 기획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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