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철 수필가

열두시가 다되어가는 시각, 소형 승용차가 진입을 시도한다. 처음 보는 차가 분명했다. 학부형 차량이라든가, 또는 자주 오는 차량 같으면 차 모양이나 번호가 눈에 익어서 쉬 구분이 되는 데 분명 낯선 차였다.

신분 확인이 필요했다. 차단기 가까이 가면서도 유리창을 내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무나 차단기를 올려서 들여보낼 수도 없는 일이다. 차단기를 올리지 않고 있으니까 마지못해 유리문을 내리고 밖을 내다보는 보는 얼굴이 가녀리고 무척 앳돼 보였다. 

교무실에 원서를 접수하기 위해 왔단다. 오늘까지 임시교사 원서를 받고 있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기에 차를 앞 공간에 주차하고 일일방문대장에 성명 등을 기재하고 들어가라며 차단기를 올려 들여보냈다, 그 차량 뒤에 학부형 차량이 서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부득이하게 차를 통과시킨 것이다. 임시교사를 몇 명이나 뽑는지 모르겠으나 벌써 다섯 명이나 접수하고 돌아갔다. 원서를 접수하기 위해서 온 예비교사들은 꿈에 부풀어 있게 마련이다. 어서 실업자 신세를 면하고 교직에서의 실제 경험도 쌓고 싶은 마음 간절할 거다. 하지만 요즘 청년 실업률이 너무 높아서 걱정이다. 분명 몇 명은 탈락의 쓴잔을 마셔야 하리라 생각하니 별로 마음이 좋지 않다.

공간에 주차하고 올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조금 전 들어간 아가씨가 나오질 않는다. 지킴이실에서는 주차하고 현관에 들어가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뭐 미비한 서류가 있어서 검토하고 있는 것인가? 혹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이제나 저제나 기다려도 감감 무소식이다.

그냥 들어갔음이 분명했다. 종종 있는 일이기도 하다. 방문대장에 기재하고 들어가라고 하면 금방 갔다 나오면 되는데 꼭 적어야 하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우리 지킴이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고 지침에 따라 하는 것이기에 절차를 지켜야한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그냥 통과시키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그리 많지 않다.

괘씸했다. 얼굴은 곱상하게 생긴 예비교사가 약속을 어겼다는 사실도 불쾌했다. 어디 나오기만 해봐라. 우리 학교는 출입구가 한 곳 뿐이어서 이 길이 아니면 나갈 수가 없다. 조금 기다리면 나오겠지. 그때는 그 오만과 건방진 행동에 일침을 가하고 콧대를 꺾어놔야지 하는 마음으로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기를 5분여 마침내 그 소형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에는 리모컨을 눌러 차단기를 올려주어서 차량이 나가게 했는데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갔다. 나를 보고는 차를 세우고 아가씨가 내린다.

“아저씨 죄송해요. 마감 시간이 너무 임박해서 그냥 들어갔어요. 지금 쓸게요.”

아! 그랬구나.

진즉 말을 했으면 그냥 들여보내줄 수도 있었는데.

“그냥 가요. 원서접수 잘 했지요.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랄게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멀어져가는 예비교사의 차를 바라보며 모두에게 좋은 소식 있기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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