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에서 대형 화재로 29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다시, 우리 사회 곳곳에 잠재된 안전 불감증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대형사고가 재현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다.

지난 21일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고에서 많은 희생자를 낸 원인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화재원인부터 건물 관리와 건축물의 구조적인 문제, 소방안전 점검의 허술 등 경찰의 수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몇 가지 확인된 내용만으로도 이미 예견된 인재(人災)였다.

제천소방서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스포츠센터 건물은 소방안전관리 점검을 자격증을 소유한 건물주의 아들이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점검 보고서가 형식적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 보고서에는 소화기 충압 필요, 비상 조명등 교체 등 비교적 경미한 지적 사항만 게재했고 필수 피난시설인 간이 완강기와 경보설비, 스프링클러 등 소방 설비 대부분을 ‘이상 없음’이라고 판정했다. 때문에 분말 소화기를 보수하거나 비상조명 설비 전구를 교체하는 조처만 하고 1년에 한 번 반드시 받아야 하는 소방안전점검을 통과할 수 있었다.

이번 화재사고가 대형 참사로 이어진 여러 원인 중에 소방안전관리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더라면 얼마든지 희생을 줄일 수 있었다.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견된 사우나 탕 안의 경보기 미작동, 자동 출입문 고장, 비상구의 무용지물 등 평소 소방안전점검에 대한 인식부재가 화를 키웠다.

 지난달 말 이 건물 소방안전점검을 벌인 D사는 스프링클러 배관 누수, 소화기 불량, 화재 감지기 작동 불량, 피난 유도등 불량 등 소방안전 불량 ‘종합선물세트’라는 진단을 내놨다. D사의 소방안전점검보고서가 좀 더 일찍 반영돼 건물주가 개선하도록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했다면 이 같은 대형 참사는 예방할 수 있었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소방안전관리를 건물주의 아들이 할 수 있었던 제도적 문제점이나, 소방안전 불량 종합선물세트가 되도록 방치한 당국의 관리감독 소홀 등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된 총체적 안전 불감증이 도를 넘고 있다.

경찰은 건물주 등에 대해 업무상 과실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제천 스포츠센터에 한해 1회성 수사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각종 건물 및 시설 등의 안전문제 만큼은 철저한 법과 원칙이 적용될 수 있도록 강력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소방안전점검 관리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건물을 폐쇄하는 것이 당연하다. 언제 어느 때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살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매번 사고가 발생했을 때만 임기응변식으로 해결하고 만다면 제2의 제천참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부디 이번 기회에 정부는 관련 법규를 강화해 신속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불의의 사고로 희생된 고인과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哀悼)의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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