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안전에 가장 대표적 이론인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과 함께 가장 많이 인용되는 이론으로 영국의 학자인 리즌(James T. Reason)이 제시하고 있는 ‘스위스 치즈 이론(The Swiss Cheese Theory)’이 있다. 이 이론은 하인리히 법칙과 같이 사고 이전에 오래전부터 사고 발생과 관련한 전조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조가 사고가 되지 못하는 것은 이를 예방하고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안전장치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안전장치는 완벽하지 못하고 구멍이 있는 스위스의 에멘탈 치즈와 같이 결함이 있다. 이들 구멍이 우연히 일직선이 되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 스위스 치즈 이론이다.

지난주 29명의 사망자를 가져온 제천 화재사건을 보면 휴먼 에러를 설명하는 스위스 치즈 이론이 그대로 적용된다. 화재는 1층 주차장 배관 열선 설치 작업 중 발화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작업의 안전 수칙을 준수했다면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건물은 화재예방을 위해 의무적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 건물은 지난해 소방안전점검관리자 점검에서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 시설을 인위적으로 폐쇄한 듯하다. 화재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됐으면 조기에 화재가 진압되었을 것이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더라도 의정부 화재에서 입증되었듯이 화재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와 드라이비트 소재의 건물이 아니었다면 화재가 번지는 속도를 줄여서 인명 구조를 쉽게 했을 수도 있다.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신속하게 비상구로 탈출할 수 있었다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제천 화재에서 3층의 남자 사우나실 고객은 이발사의 인도로 신속하게 비상구로 탈출해 피해를 막았다고 한다. 반면에 2층의 여자 사우나실의 비상구는 바구니에 쌓여서 막혀 있었고, 비상구를 아는 직원도 없었다. 화재를 진압하기 위한 소방차가 신속하게 출동하였으나 화재 건물 앞에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신속하게 화재를 진압하지 못하고 인명을 구조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이 사고에서 최소한 4번 이상은 커다란 인명 피해를 줄일 기회가 있었지만 막지 못했다. 작업자는 안일했고, 건물주는 화재보험으로 화재 예방을 다하고 비상구는 안전이 아닌 법을 준수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했다. 정부는 시설점검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직원은 사우나에서 불이 날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불법 주차자들은 자신들이 불법 주차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이번 화재를 인재라고 하는 것이다.

사회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사고는 항상 발생할 수 있고, 모든 일에 있어서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있었다면 이처럼 반복되는 불행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치즈 구멍만 더 키우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화재 현장에 대통령, 장관, 지사가 방문해 관심을 보였다는 데에서 그 관심이 안전문화와 실천의 동인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