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태는 자신의 직책과 청풍도가의 조직을 이용해 고을민들로부터 노략질을 하는 것이었다. 고을민들을 구휼해야 할 쌀을 다른 고을로 빼돌려 불법거래를 하고 그곳에서 매입해온 쓰지도 못할 물건들을 청풍관내 향시에 풀어 강매를 함으로써 이득를 취하는 수법이었다. 더욱 악질적인 것은 사람들의 목숨줄과도 같이 흘러나오는 적은 양의 곡물까지도 강점을 해서 장마당에서의 거래를 막는 파렴치한 짓거리였다. 그러는 이유는 간단했다. 곡물 값을 폭등시켜 지금보다도 더 많은 폭리를 취하기 위함이었다. 김주태는 무뢰배들을 앞장 세워 사람들에게 당장 필요한 곡물을 독점함으로써 장마당을 자신들 마음대로 짓 주무르고 있었다.

“번연이 눈 뜨고도 도둑질을 당하는거여.”

“그러니 어쩌. 당장 저놈들 행패가 무서우니.”

“저래도 버티면 관아 치부책을 들이대고 빌려간 환곡을 한꺼번에 갚으라고 닦달을 한디야. 그리고 다음에는 일체 환곡도 끊어버린디야.”

“그뿐인 줄 아는가. 각 마을 지주들과도 한 통속으로 연결되어 소작까지 빼앗아버리니 무슨 수로 저들과 대거리를 하겠는가. 굶어죽으려고 작정을 하지 않은 다음에야.”

“참으로 악독한 놈들이여.”

“누굴 탓하겠는가. 천 것으로 태어나게 한 우리 조상이나 탓해야지.”

비단 수산장뿐만이 아니었다. 청풍관내 모든 향시에서는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관아와 청풍도가, 지주들의 후환이 무서워 국으로 당하기만 할 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최풍원이 수산장을 보고 다불리를 거쳐 내매 나루를 건넜다. 애초 계획은 수산장에서 단양장을 보고 매포장으로 해서 제천장, 그리고 금성을 거쳐 안암장을 보고 북진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나 몇 장을 둘러본 결과 그럴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생각은 청풍 인근에서 열리는 향시에 어떤 산물들이 거래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각 임방주들에게 수급해줄 물건들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렇지만 어느 장을 가나 거의 같은 물건들이 거래되고 있었다. 겨울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까닭과 춘궁기라 시장에 나올 물건들이 별반 없었기 때문이었다. 봄이라도 와야 봄보리와 산나물들이라도 지천으로 쏟아질까 아직은 장이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지금 당장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끼니라도 끓여먹을 곡식이었다. 그런데 그런 양식조차 김주태가 장마당을 틀어지고 고갈시키고 있었다. 최풍원은 어떻게 하면 김주태의 청풍도가에 타격을 주고 고을민들 허기도 면해주고 북진본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방법을 궁리했다. 그러려면 일단 북진본방으로 돌아가야 했다.

내매 나루를 건너자 낯익은 풍경들이 펼쳐졌다. 상천리, 하천리, 능강리, 도화리가 있는 이쪽 지역은 최풍원이 등짐장사를 할 때부터 발이 닳도록 빠대고 다닌 마을들이었다. 최풍원이 내매 나루에 서서 잠시 망설였다. 이대로 강을 따라 북진으로 갈까 하다 생각을 달리 했다. 학현임방과 교리임방에 들려 장사를 시작한 후 임방이 돌아가는 사정을 알아보기로 했다.

“본방 대주께서 어인 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학현 배창령 임방주가 기별도 없이 갑자기 나타난 최풍원 대방주를 보고 놀라 뛰어나왔다.

“배 임방주, 청풍 인근 향시를 둘러보고 북진으로 가던 중이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배창령 임방주가 최풍원을 학현임방 안으로 모시려고 했다.

“아니요! 빨리 북진으로 가야할 일이 있으니, 나하고 교리임방으로 가서 신덕기 임방주와 함께 이야기 합시다.”

학현임방에 도착한 최풍원이 배창령을 대동하고 교리 신덕기 임방으로 갔다. 신덕기 임방주 역시 갑작스런 방문에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임방 장사 사정은 어떠시오?”

최풍원이 두 임방주에게 물었다.

“대주님, 배려로 잘돼가고 있습니다. 학현 일대 가가호호에 있는 약초들은 우리 임방으로 모두 들어오고 있습니다. 또 우리 임방 물건들이 청풍장보다도 싸다고 벌써부터 소문이 나서 점점 사람들 발길이 늘어나고 있습니다요.”

학현임방주 배창령이가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배창령은 학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에 어려서부터 산을 파고 살아 인근 산 사정에는 대낮처럼 환했다.

“교리임방은 어떻소이까?”

최풍원이 조금은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신덕기 임방주를 쳐다보았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