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길 흙사랑 사무국장

충북 보은군은 전형적인 농촌의 소도읍이면서 문화, 경제, 사회, 교육면에서 열악하다. 또 노인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지 오래며 노인 인구의 절반이 혼자 살아가는 형편이다. 농촌 어르신들이 지역에서 자존감을 높이고 단순한 취미 프로그램이 아닌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절실히 필요했다. 보은행복지구는 농촌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지역을 버틸 수 있는 버팀목으로 있을 수 있도록 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데 충분했다.

보은군과 교육청이 몇 번의 회의와 타협을 하고 양보를 하면서 교육이 지역 안으로, 지역이 학교 안으로 들어 올 수 있는 발판을 만든 것이다. 보은군 행복지구 사업으로 어르신들은 갈 곳이 생기고, 말벗도 생기게 하고 학교는 닫힌 교육이 아닌 개방해 지역과 학교가 상생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었다.

보은여중 ‘라온제나’ 동아리가 흙사랑 한글학교 어르신들과의 만남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뽀얗게 바른 화장과 붉게 칠한 입술에 짧은 교복 치마를 입고 들어오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르신들의 시선은 거부 반, 긴장 반으로 화난 얼굴처럼 굳어져 있었다. 아이들 또한 할머니들을 보고는 뒤에서 맴돌고 쉽게 동화 되지 않았다.

첫 시간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서로 친해지기부터 수업을 진행하면서 차츰 차츰 아이들과 어르신들의 간극이 좁혀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어르신들에게 애교도 부리고 어르신들은 아이들에게 ‘못한다’면서 투정도 부리면서 눈이 맞혀지기 시작했다. 지역 문화를 중심으로 한 수업은 아이들이 어르신들의 멘토가 되고 때로는 어르신들이 아이들의 멘토가 되어 공감과 이해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강제로 누군가 시켜서 바뀌는 것이 아니고 서로의 눈을 맞추면서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아이들이 변하고 어르신들이 변해 갔다. 때론 아이들에게 기다림이 지겹고 힘이 들지만 기다림을 배우고 빠름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빠르게 하는 아이들에게 동화되어 가는 보은 행복지구 사업은 작은 변화를 만들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동네 전체가 움직여야한다는 인디언 속담이 있다. 내 친구가 사는 동네는 어딘지, 누구와 살고 있는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와 무엇이 다른지, 학교 담장을 넘어 동네를 탐험하는 내북초등학교 ‘원정대’ 아이들은 지역에 활력을 만들어 줬다. 학교가 담장을 넘을 때 마을에서는 내북 마을공동협의체를 구성해 기관 단체장들과 마을 이장님들이 도움을 주어 파출소는 순찰차를 타고 동네를 구경 시켜 주고, 주민들은 마을의 전설을 설명 해 주고, 어르신들과 음식도 나눠 먹으면서 어느 새 마을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됐다. 마을을 중심으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탐색하는 내북초 ‘원정대’는 놀면서 자연스럽게 살고 있는 지역의 자긍심과 자존감이 생기고 마을이 자랑스러울 것이다.

학교는 ‘교육은 학교만이 할 수 있다’는 독재적이고 권위적인 생각은 버려야 한다. 정형화 돼 획일적으로 이뤄지는 교육은 지역의 아이들을 떠나게 한다. 또 아이들을 교육의 의미보다 점수로 서열을 만들어 학교에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지역 의식도 아이들을 병들게 한다. 아이들이 건강할 때 지역도 건강하다. 마을과 학교가 함께 움직일 때 지역도 건강하지고 아이들도 건강해진다. 보은군 행복지구는 학교와 마을을 변하게 하는 밑거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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