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인류문명의 신기원을 이룬 직지는 우리 민족의 이미지이자 에너지원이며, 고급 문화코드(Culture code:성향)이다. 이렇게 훌륭한 눈에 보이지도 줄지도 않는 샘물을 최상의 콘텐츠(Contents:꾸림정보)로 키워내야 함은 오늘의 미션(Mission:중요임무)이며 미래의 과제이다. 

문화를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추상적이며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리의 인쇄문화가 일찍이 꽃피우지 못한 것은 특정 계층의 아집(我執)에 있었다. 금속활자가 발명된 이래 지식의 확산은 지배계층인 문자 해독자들만 수혜를 받았을 뿐, 일반인들은 문맹퇴치 교육과 출판보급 정책 미흡으로 대중화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인쇄문화의 고장 청주가 직지라는 문화 테마(Thema:주제)로 많은 정책안을 내고 있지만 실제 적용되기에는 기본적인 인프라가 절대 부족한 실정이어서 성공으로 가기에는 아직도 요원(遙遠)하다. 직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서지학자들의 한계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모든 분야에서 다각적으로 연구되고 재창조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지역문화는 지역민들의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고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가치관을 심어 주어야 한다. 이제 청주는 직지를 매개로 세계화 속에서 우리 문화로 자리 잡고, 이 시대의 잘못된 사고와 체질화된 구시대적인 관행은 과감하게 불태워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IT강국이 됐지만 아직도 직지는 활자 복원 등 옛 시대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옛 콘텐츠를 살리는 외형적 복원과 직지 본래의 가르침을 되살리는 미래 콘텐츠 개발이 서로 연계돼야 할 것이다.

인류문명사에서 한 획을 그은 직지와 구텐베르크  성서는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같이 등재되어 그 가치는 세계적으로 공인을 받았다. 그런데 지금까지 직지보다 구텐베르크 성서가 세계적으로 더 인정을 받고 있는 안타까운 사정에 직면해 있다.

이는 금속활자 인쇄술에 대한 기초연구 및 사료의 부족, 금속활자 발명자의 불확실성, 주조술의 과학적 입증 등 합리적·논리적 사고방식을 가진 서구인들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나치게 역사적 실체나 본질적 원형에 집착하는 민족주의적 경향이 짙다. 현존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이라는 예찬과 1377년이라는 역사적 가치에만 몰입된 세계화라는 접근 방식은 물론, 지역주의 문화 브랜드를 정치적인 잣대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현실에 맞는 직지의 창조정신을 계승하여 지식 대중화와 혁명적 단초를 제공한 정보전달의 확산이라는 본래의 가치를 살펴 IT/ET산업과 관련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문화자산으로 브랜드(Brand:상표)해야 한다. 오늘날 직지는 문화혁명이라는 세계사적 시각에서 본질의 개발과 가치를 재발견해야 할 때이다. 직지의 내용은 불교적 색채가 짙지만 생존경쟁의 물질문명시대에 복잡한 마음수련의 퍼즐(Puzzle:알아맞히기)을 풀 수 있는 인생의 길잡이가 되는 명구들로 짜인 힐링(Healing:치유) 압축파일이다. 인문학 열풍을 맞이해 바로 가리키고 바로 통하는 직지의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의 정신을 일깨워 주는 한편, 미래지향적 기술개발, 예술 창조 등 다각적 분야에서 그 가치를 발굴해 후세에 문화자산으로 남겨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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