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있는 자리] 프라이드에 얽매이지 말 것
[삶이 있는 자리] 프라이드에 얽매이지 말 것
  • 충청매일
  • 승인 2017.12.1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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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어떤 사람이 재미있는 말을 했다. “프라이드와 실행력은 같은 그릇에 들어있다. 따라서 프라이드가 강하면 그만큼 실행력은 적어진다. 60대 40이라면 20이라는 비율이다.” 즉 프라이드와 실행력은 반비례하는 것으로서 프라이드가 강한 사람은 실행력이 없고 거꾸로 실행력이 있는 인간일수록 프라이드에 구애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옳은 말이다.

확실히 실행력이 있는 사람은 체면이나 남의 말에 얽매이지 않으며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주저 없이 프라이드를 버리고 있다. 한신(韓信)이 남의 가랑이 속을 기어간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漢)나라의 명장 한신은 청년 시절, 자기 집안이 너무나 가난해서 이웃 마을의 촌장 집에 얹혀살고 있었다. 촌장의 마누라는 틈만 있으면 한신을 구박, 제대로 밥도 주지 않았다.

그래서 한신은 가끔 그 집을 빠져나와 강에서 고기를 낚거나 강으로 빨래를 하러 나오는 할머니의 도움으로 주린 배를 채우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거지 비슷한 입장에 있으면서도 한신은 버젓한 무사(武士)처럼 언제나 허리에는 긴 칼을 차고 다닌다.

누더기를 걸친 커다란 몸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는 한신의 모습을 본 마을 청년들은 그를 바보 취급, 만날 때마다 놀리며 괴롭히는 것이었다. 어느 날, 마을 청년들이 한신을 둘러싼다. 그리고는 그 중에서도 가장 우악스런 고기 집 머슴이 난제(難題)를 내건다.

“어이 한신, 네 놈은 커다란 몸집에다 긴 칼까지 차고 다니지만 실은 거드름을 피우기 위한 것이지 사람을 베지는 못할 것이다. 벨 수 있다면 어디 시험 삼아 나를 베 봐. 만약 벨 수 없다면 내 가랑이 속을 기어나가야 한다!” 한신은 지그시 머슴을 바라보고 있다가 엎드려 그 가랑이 속을 기어 나간다. 청년들은 손뼉을 치며 그 모습을 비웃었고 그 후부터 한신은 비겁자의 대명사가 되었던 것이다. 후일, 한신은 한 나라의 고조를 받들어 건국 공신이 되었고 초 왕(楚 王)에 봉(封)해 졌다.

한신은 옛날 그 마을 사람들을 불러 융숭히 대접했고 특히 자기를 보살펴준 할머니에게는 후한 상을 내렸다. 고기 집 머슴은 엄한 벌을 받게 되지 않을까 몸 둘 바를 몰라 했지만 한신은 좌우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 사람은 옛날 나로 하여금 가랑이 속을 기어가게 한 적이 있다. 나는 그때 이 사람을 베어 버리고 나도 죽을까 생각했지만 그것은 개죽음이 된다고 마음을 고쳐먹어 참아냈기 때문에 오늘의 영광을 차지한 것이다. 이 사람은 이를테면 나의 은인인 셈이다.”

프랑스 사상가 보르테르는 “아무 쓸모없는 째째한 인간일수록 어울리지 않게 엄청난 프라이드를 갖고 있다.”고 지적한 적이 있지만 비겁하고 무기력, 무능한 인간일수록 체면이나 남의 이목에 얽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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