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칼럼]중국서민의 행복
[김병연 칼럼]중국서민의 행복
  • 충청매일
  • 승인 2017.12.1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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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청주예총 부회장

한 번 굳어버리면 쉽게 고쳐지지 않은 게 습관인 것 같다. 중국에 와서 놀란 것이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것이다. 우리들은 자기가 남긴 쓰레기는 자기가 치우는 것이 어느 정도 정착되어 있다. 중국인들은 버리는 것이 굳어버려 양심의 가책은 커녕 잘못인 줄도 모르는 것 같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3천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함께 기숙한다.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 쓰레기다. 학생들이 밤새 6층이나 되는 기숙사에서 창문 아래로 마구 버린다. 아침만 되면 아주 수북이 쌓이는 것이 쓰레기다. 어른 키만 한 쓰레기통이 있지만 마구 버린다. 정말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그런데 그 엄청난 쓰레기도 아침수업을 마치면 누군가 어느새 말끔히 치웠다. 바로 ‘청소원’들이었다. 산더미 같을 쓰레기와 새벽 5시부터 하루 종일 씨름을 해야 한다. 요즘 같이 낮이 짧은 날에는 깜깜한 새벽에 시작하여 깜깜한 저녁에야 일을 마친다. 게다가 비가 오는 날은 우비를 뒤집어쓰고 쓰레기와 씨름을 하는 것을 보면 측은하기 그지없다. 

필자가 ‘니하!’라며 먼저 인사를 건네면 그도 작업을 하다말고 웃으며 손을 흔든다. 웃는 모습이 마치 우리네 고향의 이웃집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같았다. 틈나는 대로 한국에서 가지고 간 알사탕을 꺼내주면 너무 좋아한다. 그렇게 우리는 아주 가까운 친구가 됐다.

한 번은 “그렇게 힘들 일을 하는 봉급이 얼마나 되는가?”라고 하니, “여기서 10년 째 일하고 있는데 매년 조금씩 올라서 이제는 꽤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래도 ‘액수가 얼마냐’고 재촉해서 물어보니 손가락 두 개를 보이는 것이다. 옆에 있는 친구가 중국돈 ‘2천원’이라고 해 준다. 우리 돈으로 고작 삼사십 만원인데! 자기는 매달 천원만 쓰고 천원은 저금해 지금은 꽤 많은 돈을 모았다고 자랑한다. 그는 이 생활에 지극히 만족하고 있었다. 힘든 일 탓에 비록 주름살은 많고 검게 탔지만 몸은 아주 건강하였다. 알고 보니 도무지 근심이란 게 없다. 그저 열심히 치우면서 힘들면 앉아 쉬고, 배고프면 먹으면 그만이었다. 그래도 마음만은 부자요 행복하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청소원들을 측은하다고 여긴 필자가 오히려 측은한 게 아닐까? 알고 보면 불행이란 남과 비교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 같다. 우리는 3만불 시대에 돌입했지만, 중국은 8천불 시대에 살고 있다. 중국도 빈부격차 때문에 불씨를 안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요즈음 필요한 만큼 가지고 단순하게 살자는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하고 있다. 호사스런 가구나 귀중품으로 넓은 아파트를 가득 채운다한들, 우리의 마음은 오히려 허전하다. 이에 비하여, 비록 쓰레기더미를 치우면서도 마음만은 행복한 중국의 청소원으로부터 ‘미니멀 라이프’의 지혜를 필자는 보았다. 다행히 어린 시절 혈육이 자란 고향집이 아직도 필자에겐 있다. 귀국하면 번잡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고향집 사랑방에 장작불을 지피고, 따뜻한 아랫목에 눕고 싶다. 이것 또한 ‘미니멀 라이프’의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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