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직 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 등이 선거에서 이긴 후 범죄 혐의가 드러나 법정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을 경우 그 피해는 온전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선거기간 동안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게 된 것은 물론이고 믿고 투표해준 국민 마음에 상처를 주게 되는 일부터, 각종 현안사업을 진행하다 중단되는 일, 해당 조직의 어수선한 분위기 등 그 손실은 경제적인 가치로 산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막중하다. 때문에 임기 몇 년을 채우든지 간에 당선 무효형을 받을 만큼 죄가 확정된 선출직들은 누가 됐든 국민에게 큰 죄인이다.

2014년 6·4 지방선거 후 법정에 선 충북지역 자치단체장은 모두 6명이다. 이 가운데 단체장 3명은 임기를 마치기 전 중도하차 했고, 2명은 벌금 100만원 이하를 선고받아 생환했다. 유영훈 전 진천군수가 취임 1년 만에 직을 내려놓게 됐다. 6·4 지방선거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당선무효형을 확정 받았다.

외식프랜차이즈 업체로부터 1억원의 뇌물을 받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임각수 전 괴산군수는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항소했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받아 법정구속 됐다.

이승훈 전 청주시장은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돼 임기를 7개월여 앞두고 시장 직에서 하차했다. 이 전시장의 경우 통합청주시 이후 첫 시장이라는 점에게 시민들의 기대가 남달랐다. 이 전시장은 3년여 동안 재판을 이어오느라 실제 업무를 제대로 수행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만큼 임기 내내 재판이 계속됐다. 결국 길게 끌어오던 재판이 임기 7개월을 앞두고 확정돼 시장 직에서 내려오게 된 것이다.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통합청주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시장 직에서 물러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내년 지방선거에 이 전시장의 부인인 천혜숙서원대교수가 남편의 직책을 물려받기 위해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이야기가 설사 거리나 사람들 사이에서 떠도는 소문, 즉 가담항설(街談巷說)이라 할지라도 부끄러운 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이야기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는 점에서 뻔뻔스러움 마저 닮은, 그야말로 부창부수(夫唱婦隨)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 전시장의 입장에서는 청주시민들에게 엎드려 석고대죄를 해도 시원치 않다. 이임하는 날 이임식에서 마치 개선장군(凱旋將軍)하듯, 공무원들에 둘러 싸여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청사를 나가게 된 것은 그간 같은 조직에 몸담았던 직원들의 정리(情理)라고 이해 할 수 있으나 그 이후 천교수의 시장출마설은 도를 넘는 발상이다. 실제 천교수는 각종 행사장을 찾아다니며 벌써부터 얼굴 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청주시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이기적인 행보이며 나아가 시민을 무시하는 일이다. 이 전시장의 낙마로 청주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 사실이나, 실망을 준 정서적인 분위기를 감안하면 온 가족이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수년간 자숙해도 부족하다. 설사 천교수가 자치단체장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출중하다 해도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다. 천교수의 이 같은 행보는 청주 공직사회를 불편하게 하는 일이고 혼탁하게 만드는 일이다. 부디 자중자애(自重自愛)하기 바라며, 이 같은 사실이 가담항설(街談巷說)로 남길 기대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