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육연대 “목적 제대로 이해 못한 처사” 주장
도의회 “상당수 예산 파행집행…삭감은 당연” 반박

▲ 충북교육연대는 7일 충북도의회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분 없는 교육 예산을 삭감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오진영기자

충북도교육청의 내년도 행복씨앗학교(충북형 혁신학교) 사업비를 도의회가 삭감하자 교육관련 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충북도의회는 혁신학교 관련 사업이 엉터리로 시행된 ‘혈세낭비’ 사례를 제시하며 이들을 반박했다.

충북교육연대는 7일 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의회 교육위원회가 혁신학교와 민주시민 교육 관련 예산 27억원을 삭감한 것은 교육의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혁신학교 사업은 효율성을 따지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서열과 경쟁보다는 학생이 학교의 주인으로 즐겁게 배우는 행복한 학교 만들기가 목표”라고 설명했다.

또 “교육예산은 아이들이 즐겁게 학교에서 공부하고 당당한 민주시민으로 자라나도록 가르치는 데 쓰는 예산”이라며 “도의회 예결위는 반드시 삭감된 예산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의회 교육위는 지난 5일 도교육청의 내년도 예산안(2조5천332억원)을 심사, 행복씨앗학교 예산안 19억8천300만원 중 9억6천500만원을 삭감했다.

7일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이 예산은 부활하지 못했다.

사업비의 49%를 삭감하며 도의회가 밝힌 이유는 “사업목적에 어긋나는 예산집행과 비(非)혁신학교와의 예산지원 차별”이었다.

도의회가 주장한 행복씨앗학교 지정학교와 준비학교의 예산 파행집행 사례는 곳곳에서 확인됐다. 행복씨앗학교 준비학교인 A중학교 교직원들은 지난해 7월 24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울릉도로 연수를 떠났다. 연수 목적은 ‘행복씨앗학교 운영 협의와 우선진행사업 선정’이었고 행복씨앗학교 예산 150만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2박3일 일정 중에서 행복씨앗학교 관련 협의는 단 6시간만 진행됐고 나머지 일정은 나리분지, 촛대암, 전망대 관광과 등반, 낚시 등이었다.

B중학교도 비슷한 취지로 지난해 7월 20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경남 남해군에서 교직원 현장 연수를 진행했는데 행복씨앗학교 운영 관련 프로그램에는 단 1시간20분만 할애했다. 나머지는 모두 관광이었다. 이 사업에 들어간 행복씨앗학교 관계 사업비는 200만원이었다.

행복씨앗학교와 관련성을 찾아보기 힘든 예산집행 사례도 있다.

한 고등학교는 지난해 6월 행복씨앗학교 창의체험활동을 한다면서 학생들이 아닌 지역 학부모 33명을 대상으로 비누 만들기 체험행사를 했다. 재료비, 강사비 등 씨앗학교 예산 100만원을 썼다.

C중학교는 지난해 12월 학교 다목적실에서 학부모 총회를 열며 행복씨앗학교 예산으로 간식비 20만원을 집행했다. 당시 학부모 총회 안건은 학생 교복 선정이었다.

예산심의에 참여했던 교육위원회 소속 도의원은 “행복씨앗학교의 상당수가 사업 목적과 어울리지 않게 혈세를 낭비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이렇게 엉뚱한 곳에 쓰이는 걸 의회가 용인하라는 거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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