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영 건양대학교 군사경찰대학 교수

지난달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측 초소에서 북한군 하전사 한 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으로 귀순을 시도하다가 뒤따라오던 다른 북한군의 총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공개된 CCTV 녹화화면을 보니 짚차를 타고 전 속력으로 남쪽을 향하던 모습, 차량이 멈춰서는 모습, 차량이 도랑에 빠져 더 이상 움직이지 않자 숨가쁘게 차 밖으로 나와 혼신을 다해 남쪽을 향해 달리는 모습, 그리고 북한군들이 헐레벌떡 달려와 총격을 가하는 모습, 우리 측 대대장과 부사관 등 3명이 바닥에 엎드려 포복으로 쓸어져 있는 북한군에 다가가 온 힘을 다해 끌어오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월남한 병사는 총격으로 인해 심각한 부상을 입어 곧바로 헬기를 이용해 인하대학교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그리고 지난 소말리아 아덴만 작전 시 심한 총격을 받고 사경을 헤매던 석해균 선장을 수술을 통해 생명을 구해낸 이국종 교수가 수술을 맡았다. CCTV 녹화화면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사건을 뉴스로 접하자 이런 저런 말도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자유를 찾아 사선을 넘어온 월남 병사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꼭 살아나기를 간절하게 기원했다. 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기원과 이국종 교수를 비롯한 의료진들의 극진한 정성 덕분에 생명을 구하고 회복중이라고 한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먼저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들어온 많은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지역에 복무하는 북한군은 대부분이 북한에서도 최상급의 대우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특별대우를 받았다면 굳이 목숨을 걸고 사선을 넘을 리가 없다. 최소한 다른 북한 주민들보다 잘 먹고 잘 입고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추측할 수 있는 것은 군 생활 중 상관에게 크나큰 잘못을 저질러 심하게 질타를 받아 차라리 남쪽으로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향후 정확한 월남 동기는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수술과정에서 나타난 충격적인 모습을 지켜보면서 목숨을 걸고 월남한 이유를 알기에 충분했다. 20여 년간 의사생활을 했던 이국종 교수마저 지금까지 본적이 없었던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남한에서는 보지도 듣지도 못한 수십 종의 기생충들이 몸 안에 득실득실했던 것이다. 현장에서 직접 이 모습을 바라본 의료진들은 그야말로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정말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남의 일이 아니다.

그래도 북한에서 최상의 대우를 받는다는 사람이 이럴 정도면 일반 주민들의 삶은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언제까지 북한의 이러한 비인간적이고 참혹한 현실을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지금도 북한만이 지상낙원인양 아무것도 모르고 인간이하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너무도 안타깝고 불쌍하다. 그들을 구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답은 통일 밖에 없다. 그래서 통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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