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지구를 살리는 소망연 날리기

▲ 지구를 살리는 소망연을 들고 ‘자연아 놀자~’를 힘차게 외친다.
▲ 어느 연이 가장 오래 떠 있는지 경주를 한다.

24절기와 맞물려 진행해 온 생명문화체험마당 ‘자연아 놀자’도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12월 첫 번째 주말에 열린 16번째 프로그램의 주제는 ‘지구를 살리는 소망연 날리기’였다. 겨울철 대표적인 민속놀이의 하나인 ‘연날리기’를 체험하고자 하였고, 연날리기 풍습이 지니고 있는 무사태평의 기원을 담아 ‘소망연’이라 하였고,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의미로 ‘지구를 살리는 소망연 날리기’로 하였다. 이제는 이웃처럼 친근해진 에코가족 40여명이 모였고, 진행은 김은선 사무처장과 허난 간사, 에코리더 김희정, 정영주, 정희정선생이 맡았다.

우선 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연의 한자 뜻은 솔개(鳶)다. 솔개는 수리과에 속하는 맹금류의 새다. 하늘 높이 빙빙 돌다가 주로 쥐나 개구리, 새, 물고기 등을 잡아먹는다. 그러고 보니 하늘을 나는 솔개의 모습과 하늘을 빙빙 도는 연의 모습이 닮은 것 같다.

연날리기는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 민족의 민속놀이다. 물론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연을 만들어 날렸으며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는 정월 초에 본격적으로 연날리기를 시작하여 대보름까지 지속한다. 상대방의 연줄을 끊어버리는 연싸움을 하기도 하며, 정월 대보름에는 재앙을 막아주는 액막이연을 날려 보내며 한해의 무사태평을 기원하기도 한다. 교통과 항공이 발달되지 못했던 농경사회에서 하늘을 향해 연을 날린다는 것은 그야말로 가슴 벅찬 일이었을 것이다. 특히 추수를 마치고 난 뒤 새해 농사를 시작하기 전까지의 겨울철 연날리기는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마음을 나누는 좋은 매개체였을 것이다.

우리 어렸을 적엔 연 날리기, 썰매 타기, 팽이 돌리기, 쥐불놀이 등이 겨울철의 대표적인 놀이였다. 연도 썰매도 팽이도 깡통 쥐불도 모두 만들어서 놀았다. 연살은 비닐우산이나 비닐하우스 골조로 쓰던 대나무를 쪼개서 사용했다. 두께와 무게를 같게 하여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실력이다. 종이는 문살에 바르고 남은 창호지나 창호지가 없을 경우 신문지를 붙여 만들었다. 요즘은 완구세트로 제작하여 판매하고 있으니 재료구입이나 만들기가 오히려 수월한 편이다. 흔히 만들어 날리는 연은 직사각형 모양의 방패연과 마름모꼴의 가오리연이다.

썰매는 주로 나무판을 연결하고 썰매날은 두꺼운 철사를 부착시켜 만들었다. 팽이는 주로 손목두께의 나무를 잘라 뾰족하게 만들고 쇠구슬을 박았다. 팽이채는 한지 재료로 쓰이는 닥나무 껍질을 묶어서 만들었다. 쥐불 깡통은 분유통에 못으로 여러 군데 구멍을 뚫고 긴 철사줄을 매달아 만들었다. 놀이도구 조차 사서 쓰는 시대이다. 하나라도 직접 만들어 놀아보아야 원리와 효율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다.

드디어 연 만들기다. 우리가 만들 연은 방패연이다. 가족별로 도구와 재료를 나눠받고 각자 편안한 자세로 연을 만든다.

우선 직사각형의 하얀 종이에 동그란 구멍을 낸다. 방구멍이라 하는데 크기가 적당해야 막을 바람과 통과시킬 바람의 양을 잘 배분하게 된다. 우리는 동그란 방구멍을 지구라 설정하고 주변에 풀, 나무, 동물, 새, 사람, 태극기, 이름 등 평화롭고 생태적인 그림들로 채웠다. 다음은 살을 붙인다.

연의 종이는 몸의 살과 같고 연의 살은 몸의 뼈대와 같다. 맨 위에 머릿살 하나, 대각선으로 장살 두개, 가운데 세로로 중간살 하나, 마지막으로 가운데 가로로 허릿살 하나, 다섯개의 대나무살을 종이에 붙인다. 연의 아래쪽에는 두 줄 또는 세 줄로 가는 종이를 붙여 꼬리를 만든다. 이제 연줄 묶기(목줄 묶기)다. 우선 머릿살 양쪽을 약간 구부려 실로 묶어 머리 부분을 둥글게 한다. 머릿살의 양쪽 끝부분과 중간살의 아랫부분(꽁수구멍)에 묶은 세 가닥의 목줄을 길이와 균형을 맞춰 사각뿔의 모양으로 묶는다. 끝으로 얼레에 감겨있는 줄과 목줄을 연결하면 완성이다.

이제 신나는 연날리기 시간이다. 꼬리를 밟지 않으려고 조심스레 연을 들고 밖으로 나가 문암생태공원의 넓은 잔디밭에 모인다. 연을 잡은 아이들은 바람을 마주보고, 얼레를 든 아빠나 엄마는 바람을 등지고 선다.

혹은 그 반대로 ‘시작’하면 연은 놓아주고 얼레는 들고 뛴다. 연이 빙빙 돌다 떨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연이 올라가면 줄을 더 풀어주고 연이 내려가면 줄을 감는다. 그런데, 초겨울 바람이 너무나 잔잔하다. 원래 어느 연이 더 높이 뜨나 경주를 하려 했으나, 어느 연이 더 오래 떠 있나 경주했다. 몇 번을 뛰었더니 금새 땀이 났다. 대부분의 어린 친구들이 처음으로 연을 날려본다고 한다. 자연과 놀며 이렇게 우린 또 하나의 추억을 쌓았다.

/염우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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