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기원전 80년, 주매신(朱買臣)은 한나라 무제(武帝) 때 승상장사(丞相長史)을 지낸 관료이다. 집안이 가난하여 어려서는 제때 끼니도 먹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누구보다 책읽기를 좋아했다. 젊어서는 농사일을 하고 시간이 날 때면 언제나 책을 읽었다. 결혼해서도 비록 가난한 살림이지만 그는 항상 책을 읽었다. 남들이 부자가 되려고 밤낮으로 열심히 일할 때, 주매신은 고작 하는 것이 책을 읽는 것이었으니 그 아내는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제대로 가장 노릇을 못하는 남편의 처사에 불만을 품고 이혼을 요구하였다. 그러자 주매신이 아내를 달래면서 말했다.

“여보, 머지않아 당신이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 더 귀한 것으로 보상해주겠소. 그러니 조금만 참고 견뎌봅시다. 조금만 참아요!”

그러나 아내는 남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제 한 입도 챙기지 못하는 주제에 무슨 귀한 것을 얻고, 언제 돈을 벌겠느냐는 생각에서였다. 아내는 뒤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렸다. 아내가 떠나자 주매신은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책읽기를 멈추지 않았다. 책을 읽는 것이 그에게는 일생일대의 큰일이었다.

어느 날 책읽기를 마치자 그는 청운의 뜻을 품고 장안으로 올라갔다. 황제에게 글을 올렸는데 이글이 궁궐 관리 엄조라는 자에게 인정을 받았다. 그가 주매신을 추천하자 생애 처음으로 벼슬을 얻게 되었다. 주매산은 너무도 기뻤다. 이어 중대부에 올라 황제에게 ‘춘추’와 ‘초사(楚辭)’를 강론하게 되었다. 황제의 총애를 받자 승승장구하였다.

얼마 후 주매신은 회계(會稽) 지역의 태수가 되었다. 고향으로 금의환향하는 그의 부임 행렬을 보기 위해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 가운데 이전에 자신을 떠난 그의 아내도 있었다. 갑자기 행렬이 멈추었다. 주매신이 무슨 일인가 해서 가마에서 내려 보니 이전 아내가 행렬 앞에 엎드려 있는 것이었다. 주매신이 가까이 다가가자 이전 아내가 말했다.

“그때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날 이후로 단 하루도 당신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저의 죄를 용서해주십시오!”

그러자 주매신이 아전에게 그릇에 물을 담아 가져오라 했다. 그것을 아내가 보는 앞에서 그릇을 엎어 물을 쏟았다. 그리고 말했다.

“당신이 이 엎지른 물을 다시 이 그릇에 담을 수 있다면 내가 모든 걸 용서하고 다시 받아주겠소.” 아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절하고 뒤로 물러갈 수밖에 없었다. 태수에 부임하고 며칠 후에 주매신은 아전들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이전의 아내가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었다. 이에 주매신이 그 여자의 남편을 불러 후하게 장사를 치르도록 지원하였다. 이는 반고가 지은 ‘한서(漢書)’에 있는 이야기이다.

복수난수(覆水難收)란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는 뜻이다. 한 번 저지른 일은 되돌릴 수 없다는 의미로 주로 쓰인다. 소인배는 당장 눈앞의 성과로 사람을 판단하지만, 군자는 그가 하는 일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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