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근 시인, 충북국보의 심상지리 ‘내일을 비추는 거울’ 출간
과거 유산 아닌 현재 풍요롭게 해 줄 서정적 인문학으로 접근
법주사 석련지 등 10종 답사…고려∼현대 문학작품도 소개해

▲ 충북 충주시 탑평리 칠층석탑 국보 제6호 현재의 모습(왼쪽)과 칠층석탑의 과거 모습.

충북에 있는 ‘국보(國寶)’들을 시인이 답사한다면 어떤 시선으로 흔적을 남겨 놓을까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충북국보의 심상지리라는 부재를 단 김덕근 시인(56)의 “내일을 비추는 거울”(고두미·1만원·사진)이다.

이 책은 충북의 국보를 단순히 문화재라는 역사의 유산이 아닌, 향유자 입장에서 정서적 유대감을 찾고 현재 우리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서정성 가득한 인문지리학 측면에서 돌아본 글이다. 특히 국보가 자리 잡고 있는 장소의 혼을 읽어낸 작업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으며 청풍명월의 고향인 충북에 존재하는 국보 10점은 오래됐다는 의미를 넘어 현대인은 어떻게 바라보고 읽어야내야 하는지 화두를 던진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김덕근 시인은 책을 집필하며 “국보를 답사하고 바라보는 일이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내일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며 “국보 하나하나와 관련된 시를 찾아내 우리지역의 국보가 전시장에 갇히듯 박제되는 것을 경계하고 현재, 혹은 미래까지 연속적으로 우리 개개인에 내재된 문학적 심상지리로 흐르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시인은 국보를 답사하는 동안 의도적으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했다. 말 그대로 발품을 팔아 시를 짓듯 글을 썼다. 국보 대부분이 불교유적들이고 산중에 있다 보니 시외버스에서 내려 시골 공영버스로 갈아탄 뒤 도보로 접근해야 했다. 그 오고가는 길이 시인에게는 ‘행선(行禪)’이었던 셈이다.

‘내일을 비추는 거울’에는 충북의 국보 10종에 대한 인문학적 탐구가 서술돼 있다. 옛것을 소비하는 방식에서 역사적 상징성과 그것들이 담고 있는 아우라를 풀어내고 있다.

시인이 답사한 충북의 국보는 청주 용두사지철당간(41호), 충주 청룡사지보각국사탑(197호), 보은 법주사 석련지(64호), 청주 안심사 영산회괘불탱(297호), 충주 고구려비(205호), 보은 법주사 쌍사자석등(5호), 청주 계유명전씨 아미타불비상(106호),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6호), 보은 법주사 팔상전(55호), 단양 신라적성비(198호) 등이다.

국보 41호인 ‘청주 용두사지철당간’ 편을 보면 현재 광장화 된 철당간의 의미를 청주시의 랜드마크로 보고 있으며 철당간에 남아 있는 당간 기록은 금석학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용두사 당간 불사의 내력에 대해 소상히 밝혔으며 고려시대 이곡(1258~1351)부터 조선시대 이승소(1422~1448), 현대의 장문석 시인에 이르기까지 용두사지 철당간을 소재로 시를 쓴 작품을 찾아 소개하기도 했다. 시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시를 통해 용두사의 역사적 가치와 위용을 짐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당대 시인들의 삶과 그들의 서정성을 엿볼 수 있는 것은 책속에 감춰진 인문학의 또 다른 보고(寶庫)다.

이처럼 이 책은 국보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역사적 사실과 장소, 국보와 관련된 시인의 시를 찾아 서정적으로 읽어내는데 주력했다. 예컨대 ‘법주사 석련지’ 편은 ‘구름 위 연꽃방으로 길 떠나라’라는 제목을 달고, 안심사 영산회괘불탱 편은 ‘괘불 거니 오색구름 내려오고’를 통해 각각의 국보를 읊은 시가 각 편의 제목이 되기도 했다.

저자는 불교에 조예가 깊어 불교문화재에 대한 해설을 풍부하게 담은 것이나 국보의 옛 사진(혹은 자료)과 자신이 직접 촬영한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는 것도 좋은 볼거리다.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종수 시인의 ‘황매화’나 허장무 시인의 ‘안심사 가는 길’, 신경림 시인의 ‘중앙탑을 노래함’ 등 여러 편의 연관 시들이 ‘장식’ 이상의 의미로 글을 떠받쳐 주었다.

수필가 윤남석씨는 이 책에 대해 “적당한 일탈과 비장한 명철함으로 접근한 방식은 진실에 부합할 만한 실상의 속살과 놀라운 조우를 가능케 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말했으며 평론가 정민씨는 “이 글은 국보에 대한 특별한 순례기다. 김덕근은 연구자의 집념과 시인의 눈길로 점점 박제로 죽어가고 있는 대상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고 있다”고 평했다.

저자인 김덕근 시인은 현재 문예지 ‘충북작가’ 편집장으로 엽서시동인이다. 대학에서 문학과 글쓰기교육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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