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청주시 서원구 세무과 주무관

얼마 전 큰아이가 또래 아이들과 ‘문학의 밤’ 행사 준비를 위해 모여 연습을 하고 대단히 화가 나서 집으로 돌아온 적이 있었다. 의아해 이유를 물어보니 자기 팀에서 준비한 연극을 지켜보던 고등부 누나가 무표정한 얼굴의 아들 모습을 보며 ‘쟤 쟤 또 화났다’ 하는 말을 내뱉었고, 화를 잘 내는 아이로 자신이 낙인됐다는 것에 크게 자존심이 상했던 모양이다. 사춘기 막바지를 보내고 있는 아들에게 선은 이렇고 후는 이렇다며 차분히 말하고 싶었지만 대단히 흥분해 내 말도 잘 듣지 않으려는 아들의 마음을 만져주기는 쉽지 않았다.

아들이 주변의 여러 가지 상황들에 너무 민감하지 않게 더 담대하게 대처하며 자신을 돌아보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론 누구나 다 듣게 경솔하게 부정적인 말을 해 듣는 이로 하여금 낙심케 한 고등부 누나의 말에 아쉬움이 생겼다.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희비가 갈라지기도 하고 때로는 사람을 죽게도, 살리게도 할 수 있는 것을 보면 말엔 생명이 들어있음을 확신할 수 있다. 두 개의 컵에 각각 식물을 담아두고 한쪽에는 좋은 말을 하고, 한쪽에는 악한 말을 내뱉었을 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 좋은 말을 들은 쪽 컵의 내용물은 싱싱하게 잘 자라지만, 다른 쪽 컵 안의 내용물은 시들면서 죽어가며 그 모습이 예쁘지 않게 되는 과학실험을 통해서도 말의 중요성은 입증된다. 작은 미물도 말에 의해 결정이 되는데 하물며 우주만물 중 최고인 우리 사람이야 두말할 나위가 있을까! 기독교 성경의 첫 구절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로 시작되는데 놀라운 것은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것이다. 창조주 본인도 말씀으로 일하셨듯이 우리도 말이 권세가 돼 나와 직장과 가정과 사회를 다스려 나간다.

아들 삼 형제 키우며 훈계하지 않을 수 없지만 내게 주어진 말의 특권 조종을 잘못해 나도 죽이고, 아들들도 죽이는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하고 있을 때가 많았음을 반성해 본다. 마음에서는 화가 난다 해도 입에서 나가는 말은 사람을 살리고, 북돋워주고, 칭찬하고, 복되게 하는 말을 해야겠다. 비록 자녀가 잘못했다 해도 용서해주며 긍정적으로 말해줄 때 자녀는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 새롭게 될 것이다. 며칠이 못돼 아들의 문제는 잘 해결이 돼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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