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무한도전에서 박명수는 늘 2인자이다. 그에게 수식어처럼 붙어 다니는 2인자의 별칭은 프로그램의 필요에 의한 것 일수도 방송활동의 컨셉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박명수는 누구보다 잘 나간다. 그렇다고 누구나 박명수가 되지는 못한다. 방송, 연예계는 1인자만이 살아남는 정글이다. 그 안에서 2인자 또는 3인자가 되기 위해 무한 경쟁을 펼친다.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았다. 크건 작건 하나의 조직 안에는 1인자가 늘 존재하고 1인자가 되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들이 존재한다. 권력이든, 돈이든, 명예든 1인자의 자리로 올라가는 조건은 모두 자본주의 시스템에 의해 움직인다. 권력도 명예도 없는 소시민에게 부의 축척은 1인자로 오르는 최선의 길처럼 느껴진다. 비싼 차를 몰고 비싼 아파트에 사는 것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되는 순간, 우리의 삶은 황량한 사막에 버려진 알몸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우리 스스로 사막으로 걸어가도록 한다. 단지, 나는 아니라며 위로할 뿐이다.    

2017 대종상에서 배우 최희서가 여우신인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여우주연상 수상소감 과정에서 막말이 나오는 등 논란이 일었다. 막말이 객석에서 나왔든 동료 배우에게서 나왔든, 여우주연상 수상자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있음을 시사한다. 여우주연상 후보로 오른 공효진, 김옥빈, 염정아, 천우희는 참석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대종상 관계자 측의 문제였을까 아니면 영화계 측의 문제였을까 알 수는 없다. 대종상 역대 여우주연상을 살펴보면, 엄정화, 조민수, 김하늘, 윤정희, 수애, 김윤진, 김아중, 김혜수, 문소리, 이미현, 전지현, 고소영, 전도현, 심은하, 심혜진, 최진실, 장미희, 원미경, 강수연 등 당대를 풍미했던 배우들이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의 주인공 마동석은 주연급 배우가 아니다. 일명 스타 배우나 흥행배우가 아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고 마동석이란 인물도 심심찮게 세간에 오르내린다. 범죄도시에서 마동석의 캐릭터는 케이블드라마 ‘나쁜 녀석들’에서 만들어졌다. 범죄도시도 대부분 범죄영화처럼 악질 악당과 악질 형사의 대결 구도로 펼쳐진 뻔한 구조이다. 그러나 영화는 신선했다. 주연배우에 맞춰진 초점이 조연배우들에게 분산됨으로써 등장인물의 개성과 특징, 연기력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조선족 조폭으로 등장한 무명의 배우 진선규는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청주출신 배우 유해진 역시 2인자다. 영화 ‘이장과 군수’에서 주연을 맡았지만, 주연배우로 성장하지는 못했다. 그는 ‘타짜’, ‘베테랑’, ‘택시운전사’, ‘공조’ 등의 영화에 출연해 주연급 조연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마동석이 유해진처럼 주연급 조연배우로 남을지, 주연배우로 성장할지는 의문이다.

오늘 무명 여배우의 죽음 소식을 접했다. 사망 후 2주 만에 발견된 고독사다. 배우 김정미, 이름은 없고 이미지만 존재하는 그녀, 오래전 드라마인 ‘전원일기’에서 본 듯도 하고 아니면 이런저런 드라마에서 본 듯하다. 사막 한가운데 버려진 2인자, 3인자도 되지 못한 여배우의 죽음이 남 일 같지 않은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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