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초록 희망의 솟대 만들기

▲ 솟대만들기를 마무리하며 다함께 자연아 놀자를 외치고 있다.
▲ 솟대명인 조병묵선생이 솟대만들기를 이끌고 있다.

11월 두 번째 자연아 놀자 테마는 ‘초록 희망의 솟대 만들기’였다. 희망, 기원, 수호의 상징물이기 때문일까? 언제부턴가 ‘솟대만들기’는 생태문화 체험교육프로그램이나 마을공동체 활동의 단골 콘텐츠가 됐다. 생태환경과 전통문화에 대한 체험과 감수성 함양을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24절기 생태문화프로그램 ‘자연아 놀자~’에서 솟대만들기를 빼트릴 순 없었다. 에코콤플렉스 운영 콘셉트로 설정하고 있는 ‘초록 희망의 이야기’와 연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행사의 주제를 ‘초록 희망의 솟대 만들기’로 잡았다.

에코리더 선생님들이 진행하던 다른 때와는 달리 이날은 특별한 분을 초정했다. 오랫동안 옻칠솟대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충북명인협회 조병묵 회장님이다. 솟대전시회 등 개관 전부터 에코콤플렉스에 여러가지 도움을 주고 있다. 자녀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집필활동을 해 왔던 분답게 솟대를 만들기 전에 아이들과 엄마아빠에게 서로에 대한 소개와 소원을 말하도록 유도한다.

솟아있는 장대, 솟대는 풍년을 기원하거나 마을 수호신의 상징으로 세운 긴 나무 장대이다. 주로 긴 장대 끝에 나무로 깎은 새를 붙여 만든다. 솟대는 삼한 시대의 소도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그 기원은 청동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만주·몽골·시베리아 등 북아시아권의 광범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전해내려 온 샤머니즘 민속신앙의 유산이다.

농촌에서 섣달이나 정월 대보름에 새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며 마당 한가운데 세우기도 했고, 마을 입구에 장승과 함께 세우기도 했다. 새는 주로 오리나 기러기의 모습이며 천상계의 신들과 마을을 연결해주는 전령의 의미이다. 장대는 신이 내려오는 통로를 의미한다. 시베리아 일대의 일부 사람들은 가을에 떠나 봄에 돌아오는 철새들을 보고 천상에 다녀오는 것으로 생각하였다고 한다. 그 새들이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겨울철새들이니 사실은 우리나라가 천상이었던 셈이다.

에코콤플렉스 ‘초록 희망의 이야기’는 우리고장의 이야기다. 1990년대 초중반 무렵 지방자체제가 부활하고, 민간방송과 지역언론이 설립되고, 시민환경단체가 활동을 본격화 하였다. 2000년 전후에는 그린벨트 해제, 행정중심복합도시 및 혁신도시 입지 확정, 고속철도 오송분기역 확정 등 개발여건의 변화로 중부권 도시들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도시 발전과 환경 보전을 둘러싼 십수년의 치열한 갈등국면은 필연적으로 펼쳐질 수 밖에 없었다. 무심천 하상구조물 증설반대와 자연형하천 복원운동, 밀레니엄타운 골프장조성을 둘러싼 갈등, 산남동 택지개발과 두꺼비서식지 보전활동, 플라터너스 가로수길 확장과 보전을 둘러싼 갈등….

청주시의 대표적 환경사안 중 하나가 청주 최초의 광역쓰레기매립장 조성을 둘러싼 갈등이다. 1990년대 초 청주시는 제1광역쓰레기매립장 부지를 현재의 위치인 강내면 학천리 일대로 확정해 놓았다. 지역주민들은 쓰레기매립장조성반대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매립장 조성으로 인한 환경문제, 입지 선정 절차 등 문제점들을 제기하며 완강히 반대활동을 펼쳤다. 쓰레기 대란에 직면하게 된 청주시는 임시쓰레기매립장을 조성했다.

시민들의 쓰레기를 품어준 곳, 그곳이 바로 까치내 일대 문암마을, 원평마을이다. 문암쓰레기매립장은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운영됐다. 당시에는 음식물쓰레기 등 유기성폐기물 유입이 허용되던 때라 쓰레기 침출수와 메탄가스가 많이 발생했다. 2000년 침출수가 누출되어 지하수가 오염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주민들과 환경단체를 차수막(방수시트) 파열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수용한 청주시는 환경관리공단에 정밀진단을 의뢰했다. 결국 매립된 쓰레기를 거둬내고 파열된 차수막을 수선한 뒤 그 부분을 길고 우묵한 빈 공간으로 남겨 둔 채 마감했다. 이곳은 훗날 스스로 습지가 됐으며 멸종위기종인 맹꽁이의 집단서식지가 됐다. 그 주변은 생태공원으로 조성되어 2010년 개장했다. 이 때의 교훈으로 청주제1광역쓰레기매립장은 고화토공법을 도입해 차수막 하부를 보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덧 문암생태공원은 청주시민들의 대표적인 휴식터가 됐다. 청주시는 대한민국의 녹색수도이자 생태문화도시를 표방하고 있으며, 2016년 문암생태공원 내에 생태환경 체험교육의 전문시설인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를 건립했다. 개관 1년이 막 지난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는 연간 1천회에 달하는 체험교육의 전당이 됐으며, 초록마을사업, 미호강상생협력프로젝트를 통해 실천과 협력의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버리고 버려진 땅에서 초록을 싹틔우는 희망의 땅으로 전환한 이곳에서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자연아 놀자’에 참여한 에코가족들은 새의 몸통, 목과 부리, 장대, 받침대가 될 나뭇가지와 줄기를 다듬고 붙여 저 마다 멋진 솟대를 만든다. 그리고 그 속에 희망을 담는다. 에코가족들도, 에코콤플렉스도 상생의 꿈을 꾼다. 이곳에서 청주의 미래와 지구 환경을 위한 놀라운 일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염우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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