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였다면, 지금은?”

“돌아가셨슈. 본래 우리가 살던 곳은 태화산 아래 참새골였어유. 아부지가 포수를 했기에 어려서부터 따라다니며 당연히 나도 포수가 되리라 생각했었지유.”

“그런데 성 형, 선친은 어째 돌아가셨수?”

“관아에 끌려가 곤장을 맞고 돌아와 장독이 올라 그리 되셨슈.”

“포수라며 관아에는 왜 끌려가셨수?”

“허가도 받지 않고 범을 잡았다고 죄를 뒤집어 씌워 그리 됐슈.”

“포수라면서 범은 나라에서 허락을 받고 잡아야한다는 것을 몰랐을 리 없었을 텐데 왜 그런 죄를 덮어 썼다우?”

“평생, 일 년 열두 달을 산에서 사신 분이 그걸 모를 리가 있었겠어유?”

“그런데 왜?”

“결국 죽은 범 가죽 때문에 호환을 당한거지유.”

성두봉은 점점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만 했다.

“산 호랑이도 아니고 죽은 범 때문에 호환을 당했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이오?”

최풍원이 궁금증이 더해져 성두봉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지 못하고 자꾸만 물어댔다.

“몇 년 전 백덕산 인근 마을에 백호가 자주 나타나 가축들을 물어가더니 종당에는 사람까지 물어가는 일이 벌어졌어유. 그러자 관아에서는 다른 고을의 포수들까지 불러들여 상금을 걸고 백호를 잡을 것을 허가했어유. 어머니는 백호는 백덕산을 지키는 산신령이라며 나서지 말라고 그렇게 말렸는데, 아부지는 끝끝내 어머니 말을 무시하고 산으로 들어갔어유. 그리고 아부지가 그 백호를 잡았어유. 동헌 앞뜰에 황소만한 호랑이가 널브러져 있고, 사람들도 귀한 백호를 구경하기 위해 몰려들었지유. 그 자리에서 원님도 처음 약속처럼 가죽은 잡은 포수에게 주겠다고 말했어유.”

“사람을 해친 백호도 잡았고 했으니 모든 게 끝난 게 아니오?”

“문제는 백호 가죽이었어유.”

“원님이 마을 사람들 앞에서 선친에게 준다고 했다면서요?”

“약속은 그리 했지유. 그런데 보통 호랑이도 아니고 귀한 백호다 보니 원님이 욕심이 생겼던 것이지유. 원님은 백호를 갖바치에게 맡겨 가죽을 떠주겠다며 가져가고는 아무리 기다려도 주지를 않았지유. 목숨을 걸고 잡은 것을 가지고 가 일언반구도 없으니, 아부지는 뻔질나게 관아에 들어가 백호 가죽을 내놓으라며 항변을 했지요.”

“그래서 화를 당했구먼요.”

“사람들도 말렸지요. 그 원님은 한양에 높은 분들이 뒷배를 봐주고 있어 소용이 없다, 원님은 성질이 포악해 이미 여러 고을민들이 당했으니 그만 포기를 하라고 했는데도 고지식한 아부지는 듣지 않았어요. 관아 이방이 우리 집을 드나들며 곡식 섬도 가져오고, 피륙도 가져와 회유를 했지만 소용 없었어유. 그깟 가죽이 뭐라고 그쯤에서 아부지도 멈췄어야 했는데…….”

성두봉의 표정에 안타까움이 잔뜩 어렸다. 잠시 숨을 고른 후 성두봉이 계속해서 아버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래도저래도 안되자, 나중에는 관아에서 아부지가 잡은 백호는 마을에서 사람을 헤쳤던 그 호랑이가 아니고 다른 호랑이라며 불법으로 잡은 것이니 관아에서 처리하는 것이 옳다고 했대유. 그 소리를 들은 아부지가 홧김에 화승총을 들고 관아로 가서 위협을 했어유.”

“원님을 쐈어요?”

“설마 사람을 쐈겠어유? 겁이나 주려고 공중으로 그랬겠지유.”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동헌 앞마당에서 총을 쐈는데 무사할 리 있었겠어유. 임금이 내려 보낸 원님을 위협하고 풍속을 어지럽혔다는 죄만 덮어 썼지유. 백덕산 산신령 백호를 죽인 벌을 받은 거지유. 얼마나 맞았는지 허리도 부러지고 다리도 부러져 지게로도 못 져와 멍석에 둘둘 말아 집으로 왔는데, 거의 죽은 거나 다름없었소. 그래도 타고난 기골이 장대한 대다 평생 산을 다녀 다져진 몸이 차돌처럼 단단해 몸이 그 지경인데도 한 달이 넘도록 물만 마시며 버티셨다우.”

“성 형이 우람한 것은 선친을 닮았는가 보오.” 성두봉은 풍채가 당당했다. 아니, 당당함을 넘어 사람 황소처럼 든든해보였다. 최풍원이 성두봉 이야기를 듣고 그의 선친도 성두봉과 비슷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부지가 버티고 있을 대는 그래도 집안 살림이 택택했지유. 땅이 있는 사람들도 영월에서는 배곯는 것이 다반사인데, 우리 집은 참새골 골짜기에 살면서도 배고팠던 기억은 없어유. 그게 다 아부지가 짐승을 잡아 가죽을 팔았기 때문이라는 것은 돌아가신 다음에야 알았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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