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걸 모르고 하는 말이겠소?”

“그렇다면 내게 전이라도 내주겠다는 말이유?”

“전은 아니지만 필요한 물건은 내가 그냥 대주겠소. 그러니 성 형은 내 물건을 받아 집에서 팔든 행상을 하며 팔든 팔아주기만 하면 되오. 그리고 판 물건에서 남은 이득금은 반반 나누는 거요.”

“물건부터 먼저 대준다는데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지만, 왜 나한테 그런 호의를 베푸는 거요?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성두봉은 여전히 의문을 품고 있었다.

“난, 지금까지 장사꾼들이 해오던 방법이나 청풍도가처럼 장사를 하지 않을 거요!”

최풍원은 북진본방을 만들게 연유와 각 임방주들에게 주어진 조건들을 성두봉에게 상세하게 설명을 했다.

“매번 물건을 뗄 때마다 밑천이 간당간당했는데, 물건을 거저 대준다니 누워 떡먹기 같은 그런 장사가 어디 있겠슈!”

최풍원의 설명을 듣고 난 성두봉이 흔쾌히 제의를 받아들였다. 성두봉으로서도 거절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성 형, 집이 영월 맡밭나루와는 어떻소?”

“맡밭나루까지는 채 반 마장이 안 되는 거리유?”

“그렇다면 잘 되었구려. 성 형이 영월과 맡밭나루를 전담해주시우.”

“내가 거기서 뭘 어떻게 하면 되는 거유?”

“성 형은 영월에서 필요로 하는 물건을 본방으로 알려주시오. 그러면 물건을 맡밭나루까지 가져다 줄 것이고, 그 물건과 영월 일대에서 나는 특산물들을 바꿔 갈무리를 해주시오. 그리고 철철이 이 지역에서 나는 산물들을 구해 보관을 해주시오. 그러면 본방에서는 그것을 실어다 금이 좋은 대처로 보낼 것이오.”

“그렇게 하겠슈.”

“이제부터 성형은 북진본방 영월 임방주요!”

“알겠슈!”

최풍원이 영월에 임방을 두는 것에는 여러 뜻이 있었다. 영월은 강원도 깊은 산중이지만 남쪽에 위치해있어 충청도·경상도와 접경을 이루고 있다. 백두대간이 영월의 태백산에 이르러 낙동정맥과 갈라지며 동서로 뻗어 내리는 지점에 거대한 산군들을 토해내 도처에 산악이 중첩되어있는 산중의 산중이다. 백운산·옥석산·백덕산 같은 우람한 산들 뿐 아니라, 물도 풍부하여 평창강·주천강이 고을의 중심을 관통하며 흐르고 있다. 이들 강들을 동강과 서강이라 하는데 이 두 강이 영월에서 합쳐지며 남한강의 시원이 된다. 이 남한강이 늘봄 영춘을 거쳐 고은골·단양·청풍·충주·여주를 거쳐 두물머리에서 북한강과 만나 한강이 되어 한양으로 가는 물길이었다. 영춘에서 두물머리까지의 물길이 장장 오백 여리가 넘었다. 산과 물로 둘러싸인 내륙의 산중에 위치해있지만, 영월의 동쪽으로는 태백, 서쪽으로는 원주·횡성, 남쪽으로는 충청도 제천·단양과 경상도 영주·봉화, 북쪽으로는 평창·정선이 있었다.

영월뿐 아니라 이들 대부분 지역들은 산간지이기 때문에 경지 면적이 좁고 밭과 초지와 산이 넓었다. 밭에서는 잡곡·옥수수·보리·밀·감자·메밀·참깨가, 초지에서는 소·염소 같은 가축이, 산지에서는 버섯·꿀·더덕·토종대추·칡·도토리·약초가 풍부하게 생산되었다. 특히 울창한 산림에서 생산되는 목재와 땔나무와 숯은 무궁무진하게 생산되었다. 영월은 물론 이 일대에서 생산되는 물산들을 도거리해서 충주나 한양으로 가지고 간다면 큰 재미를 볼 수 있을 것이었다. 물산 운반이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은 영월에 맡밭나루가 있었다.

맡밭나루는 남한강 최상류에 있는 가항종점이었다. 한양에서부터 한강을 타고 올라온 경강선이나 짐배들이 맡밭나루까지 오면 더 이상은 위로 오를 수 없는 마지막 나루였다. 그러니 어떤 배라도 이곳에서는 싣고 온 모든 짐을 풀어야 했다. 여기까지 올라온 경강상인들은 나루에 닻을 내리고 싣고 온 물건들이 다 팔릴 때까지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주막집에서 죽을 치고 기다려야 했다. 최풍원은 이런 이점을 십분 이용하여 영월의 산물들을 독점하기 위해 성두봉을 북진본방의 영월 임방주로 삼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북진본방의 상권도 넓힐 수 있는 발판이 되기 때문이었다. 영월에 임방을 두면 남한강 물길을 따라 내려오며 영춘이나 단양 곳곳에 임방을 설치하는 것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어놓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성 형은 어떻게 장사길에 들었소?”

최풍원이 성두봉에게 왜 장사를 하게 되었는지 그 연유를 물었다.

“아부지는 본래 포수였슈!”

성두봉은 최풍원의 물음에 자기 아버지 신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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