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인간에게 가장 귀중한 것은 생명이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으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사회 기능을 중시한다. 이에 발전된 사회일수록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과 이를 방지하는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를 대변해 독일의 저명한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 교수는 현대 사회를 위험사회라 하고 있다.

위험사회는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하나는 산업화와 기술 발전의 역기능으로 위험이 예외적 현상이 아닌 일상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교통사고이다. 2016년 교통사고로 4천292명이 사망하고 33만1천720명이 다쳤다.

위험사회의 다른 하나는 현대 사회가 위험사회이기 때문에 위험을 줄이는 안전을 모든 결정에서 우선순위에 놓는 사회를 의미한다. 이 후자를 안전문화라고 한다. 안전문화란 개념을 확산시킨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대한 IAEA(국제원자력기구) 안전자문그룹은 안전문화를 ‘안전문제를 그 중요성에 의해서 다른 무엇보다도 최고의 우선순위로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조직과 개인의 특성과 태도의 집합체’로 정의하고 있다. 보다 일반적으로 안전문화란 안전에 대해 사회 구성원이 공유하고 있는 일련의 가치, 태도, 가정, 인식, 행동체계로 안전을 사회의 중요한 가치로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안전문화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가정이다. 그 가정에 핵심은 위험은 상존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1988년까지는 지진에 대비하기 위한 내진 설계를 법으로 의무화하지 않았다. 이는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역이라는 가정에 근거한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교통사고는 성인 남자 사망 원인의 수위를 차지하였다. 그 교통사고 사망률이 줄어드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교통과 관련된 안전문화의 확산을 들고 있다.

지난주에 포항에서 진도 5.4의 지진이 발생했으나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지진에 대응하는 학생이나 시민의 모습은 경주 지진 이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문화가 바뀌고 있다. 지진과 함께 회자된 이야기 가운데 내진 설계 기준이 없던 1986년 완공된 포항공과대학교 건물이 이번 지진에서 비교적 안전했다고 한다. 그것은 설립자라 할 수 있는 박태준 포항제철 회장이 지진에 대비하고 천 년을 갈 수 있는 학교를 지어야 한다는 신념의 결과라고 한다. 지진으로 외벽 건물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한동대학교 학생들이 침착하게 대응해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은 총장의 지진과 관련된 올바른 안전문화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진에 대응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 예보가 빨라졌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지만, 이재민 지원대책을 보면 지난 30~40년 전과 차이를 볼 수 없다. 지역 학교 강당에 이재민을 모아놓고 담요와 식사제공을 하고, 정치인과 관료가 방문하는 것을 이재민 지원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이를 볼 때 정부와 관료사회에 안전사회를 위한 안전문화가 개선되어야 할 여지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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