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리 복석근네 임방으로 가보시오.”

최풍원이 사람들에게 말했다.

“단리에 뭐가 있소?”

“얼마 전 단리에 전이 하나 열었소. 꼭 장날이 아니라 언제든 가도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다고 하더이다.”

“어디라고 했쥬?”

“단리 복석근  임방이우!”

“장사꾼들이 다 한 통속이지, 거라고  별 수 있겠남?”

“그렇구말구! 도가 놈들은 어떻게라도 우리 물건을 쫌이라도 더 알궈먹으려고 눈깔이 뻘건 놈들인데.”

주막에 모인 사람들은 최풍원의 말을 반신반의했다.

“거기는 청풍도가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는 임방들이라고 하니 한 번 들 가보슈!”

“단리에만 있는 게 아니라 연론리에도 있소! 나는 덕곡에서 청풍장하고 수산장을 자주 가는 편인데 연론리 임방에 들른 적이 있소. 연론 임방 주인은 사람도 좋고 물건도 후하게 사주더이다. 고명이나 오티, 덕곡, 구곡, 율지리, 실리곡리 사람들은 단리나 연곡리 임방으로 가보시우.”

덕곡에서 왔다는 장년 사내가 최풍원의 말을 거들며 나섰다.

“청풍장 인근 마을 곳곳에 그런 임방들이 생겼다 하더이다. 그러니 자기들 마을과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그런 임방들로 한 번 가보시우. 아무럼 청풍도가보다야 폭리를 취하겠소이까? 한 번 속는 셈 치고 가 보시구려!”

최풍원이 주변 사람들에게 북진본방의 각 임방들을 넌지시 알렸다.

“난 진목에서 왔는데 호운이나 오산이나 방흥리 근처는 그런 임방이 없소이까?”

“왜 없겠습니까. 거기는 양평 임방이 있소이다. 뗏꾼을 하던 김상만, 그 양반이 양평임방 주인이오!”

“김상만이라면 후평나루에서 사공을 했던 그 사람을 말하는 거요?”

“그렇소이다. 이제껏 배와 뗏목을 타며 물에서 살아왔다 하더이다.”

“평상 노만 젓던 사람이 먼 장사랴.”

그 사람은 김상만이 임방을 차리고 장사를 시작했다는 것에 대해 신뢰가 가지 않는 표정이었다.

“뱃꾼이라고 장사 하지 못하란 법 있냐?”

진목에서 같이 장에 나온 친구 사이인지 함께 탁주잔을 기울이던 맞은편 사람이 딴지를 걸고 나섰다.

“그럼 니 눔은 노를 젓다 장사를 한다는 게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는 말이냐?”

“관청에 이방 보는 놈은 먹만 갈던 놈이 도둑질은 어떻게 하냐. 붓이나 휘갈겨야지. 그런 놈들이 도둑질은 더 잘 해처먹더라!”

“장사꾼 얘기하다, 술맛 떨어지게 관청 얘기는 왜 하냐.”

“그러니까 하는 얘기여. 누가 뭐를 하면 어떠냐. 사람들한테 해 안 끼치고 도움만 주면 대수지!”

“여하튼 여러분들, 청풍 인근에 생긴 임방들 소문도 많이 내주시구려. 아마 청풍장보다는 여러 사람들에게 한 푼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오!”

최풍원이 사람들에게 단언을 했다.

북진본방을 비롯한 각 임방들이 자리를 잡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 했다. 최풍원이 장에 나와 동정을 살펴보니 아직도 북진본방의 임방에 대한 인근 마을사람들의 인식도는 매우 낮아보였다. 무엇보다도 먼저 임방에 대한 존재를 알리는 것이 급해보였다. 최풍원은 일단 인근 향시를 둘러본 다음 끝으로 각 임방들도 함께 돌아보고 그 대책을 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직 힘이 미약한 북진본방과 임방들로서는 드러내놓고 전격적으로 그 일을 추진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든 각 임방을 들려 임방주들과 각 임방에 맞는 대책은 필요해보였다. 오후가 넘어서며 주막집에는 점점 더 술꾼들이 불어났다. 세상이 하 수상하고 먹고살기가 각박해졌어도 모처럼 장에 나와 만난 사람들끼리 술 한 잔 나누지 않고 헤어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성형 여기요!”

그 때 주막집 삽작을 들어서는 영월에서 왔다는 성두봉을 발견하고, 최풍원이 소리를 높여 불렀다.

“그래, 무슨 일이오?”

성두봉이 선 채로 물었다.

“뭐가 그리 급하오. 왔으니 앉기부터 하시오. 그래도 오긴 왔소이다.”

최풍원이 성두봉을 끌어앉히다시피 자리에 않혔다.

“실없이 함부러 말하는 사람 같지는 않어 뭔 이야기를 하려는지 들어나보고 가려고 왔수!”

성두봉은 여전히 영문을 몰라 경계를 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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