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주에 이어 올해 포항에서 약 1년의 시차를 두고 다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연기하는 사상 초유의 상태가 발생했다. 정부는 15일 발생한 포항의 지진으로 학생들의 안전과 수능의 공정성을 위해 불가피하게 시험을 일주일 연기했다. 포항시내의 일부 학교 건물이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한데다 수십 차례의 여진이 지속되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정이다.

수능과 관련해서는 교육부와 대학이 입시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시험지 유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보안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지진은 천재지변이다. 다수의 국민이 불편해도 소수의 국민이 안전을 위협 받는다면 당연히 소수의 안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할 것은 국민 개개인의 안전이다. 집을 떠나 대피소에서 고생하고 있는 주민들이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내 지진 규모별 순위를 보면, 1978년 이래 북한을 포함해 한반도에서 규모 5.0을 넘는 지진은 모두 10차례 발생했다. 이 가운데 4차례가 지난해와 올해 발생했다.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는 일이다.

앞으로 반복되는 지진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이다. 포항 인근에는 월성 1~4호기, 신월성 1~2호기 등 6기의 원전이 밀집해 있다.

이번 지진이 발생한 양산단층으로 범위를 넓히면 울진, 부산, 울산까지 모두 18기의 원전이 운영되고 있다. 지진에 대한 공포가 원전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원전의 경우 단순한 건물붕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방사능이 유출돼 2차, 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정부가 원전건설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공단의 건물과 철도, 도로, 주택 등이 내진설계가 제대로 돼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규모 5.4의 강도에 포항의 한동대학교 건물이 금이 가고 외벽에 무너졌다. 강도가 셌다면 엄청난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했다. 대학 건물이 부실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일이다.

국가 기반 시설은 물론이고 국민 삶의 공간인 주택의 안정성도 심각하다. 이미 지진에 대해 여러 차례 학습한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진에 무방비 상태인 게 사실이다. 대규모의 예산을 세워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지진 등 자연재해에 대해 연구하고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기상청이나 안전처의 부수적인 역할로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경주에 이어 이번 지진 원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각계의 설이 분분하다. 연구원 측은 위성영상자료 분석과 지표지질·지구물리 현장조사, 여진 정밀분석 등을 거쳐야 포항지진의 원인과 추가 지진 발생 가능성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포항지진이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원전의 안전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늦은 감이 있지만 모든 신축건물과 시설에 대해 지진을 대비한 내진설계 의무화 등 앞으로 모든 건설 정책에 지진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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